내가 조직문화 전문가도 아니고 비전문가 뇌피셜이라 권위는 없는 개인적 의견이다.
삼성 조직은 기형적이다.
조직의 계층 구조가 심화되면 윗사람이 실무에서 멀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계층이 두단계만 멀어져도 디테일을 알기 어렵다. 고전적인 사원 위에 주임 위에 대리 위에 과장 위에 차장 위에 부장 구조에서는 주임이 하는 일을 차장이 알려면 그 차장이 굉장히 유능해야 한다. 왜냐면 두단계 이상 멀어지면 실무도 관리감독도 자기 일 아니니까 차장이 흐릿해져도 사원 주임 일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거든.
위가 아래를 모르면 뇌와 손발이 멀어지는 것과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 감각이 멀어져서 뇌가 잘 모르는 채로 엉뚱하게 결정하거나, 뇌가 생각한 걸 손발이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엉뚱하게 실행하거나. 어느 쪽이든 손발 꼬여 사업이 넘어진다.
그래서 계층 구조를 단순하게 하는 추세였다. 삼성 전 직원의 계층이 3단계라는 건 그 혁신의 결과다. 그런데 임원에서부터 기형적이 되어간다. '임원 위에 임원 위에'가 첩첩 산중으로 반복된다. 현재 이게 얼마나 기형적이냐면 무려 CEO가 핫바지로 보인다. 사업부장이 사업의 긴급 중대 결정을 일주일 정도 전까지 모르는 눈치를 보이기도 한다.
삼성은 회사의 결정이 전혀 자생하고 있지 않다. '임원 위에 임원 위에...'라는 겹겹이 계층 구조가 각 회사 바깥의 그룹사를 이끄는 곳까지 반복되고 있다. 결국 중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실무에서부터 단계를 세어 보면 한 10단계 쯤 위가 된다. 정말 완벽하게 내 일 아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삼성이라는 법인격의 뇌구조다.
한 3년마다 임원 순환 시켜서 임원의 사업 이해도도 충만하다고 못하는 구조에, 사업부 하나만 떼어놔도 큰 회사 규모인 덩치를 팀위에 또 위에 다시 또 위에 쌓아서 회사 바깥쪽의 그룹사까지 이어지는 계층 반복 구조로 만든 결과 회사의 판단력이 흐려졌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 모아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게 내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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