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화학 대중서를 보는데, 가설의 연속이란 느낌이 들었다.
가설위에 가설을 쌓는 구조를 몇차례 보다보니 늘어놓은 실험결과들이 최종가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당연하게도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방식으로 실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분히 일방적인 단편들이 기록된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신경화학이 미시적인 규모를 벗어나서 심리학 규모의 사실에 대해 결론을 내놓는 것(인간의 마음이나 인간의 본질에 대한 관점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은 아직 성급하게 보인다. 일단 최소한 단편적으로 알려진 신경화학적 사실을 두고 대중이 결론을 추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성급하다.
출산, 수유, 오르가즘등 강렬한 애착 감정을 느끼게 될 사건이 일어날때면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난다. 이를 바탕으로 유명한 초원들쥐 실험이 있었다. 초원들쥐는 색정광인 다른 쥐들과 달리 일부일처제이다. 첫관계를 한 뒤 평생 정절을 지키고 자기 짝과 함께 새끼들을 양육하며 살아간다. 이 초원들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더 주사하면, 유대관계가 더욱 끈끈해졌다. 반대로 초원들쥐의 옥시토신 수용체를 무력화시키는 주사를 놓으면, 초원들쥐의 생활양식은 일대일 관계가 깨지고 다른 쥐들처럼 문란해졌다.
이 실험 결과를 두고 다양한 가설이 가능하다.
옥시토신이 상대방의 인상착의를 뇌에 기억시켜서 그 사람(그 쥐)만 사랑하게 한다는 가설도 있다. 모성은 옥시토신에 의해 발생한다는 가설도 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2~3년(900일)이라는 말이 퍼진 것도 그 기간이 지나면 사람의 뇌에서 옥시토신을 포함한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이때 옥시토신은 사랑 호르몬이라고 소개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수십 수백번씩 기사화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한 실험 결과들이다. 그런데, 이 단편적 사실들을 두고 `길어야 3년이면 사랑은 끝이고 호르몬 분비가 끝나는 3년 후엔 옥시토신 잃은 초원들쥐처럼 바람은 숙명`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타당할까?
앞서의 실험 결과외에 다른 사실 몇개를 바탕으로 나는 이렇게도 해석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실험동물에게 아편성 물질을 주면 약물 내성이 올라가서 점점 더 많은 양의 아편성 물질을 찾는다. 그런데 실험동물에게 옥시토신을 주사하자 아편성 물질에 대한 내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옥시토신은 쾌감 내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초원들쥐와 산악들쥐의 뇌를 비교했더니 초원들쥐는 뇌의 쾌락중추의 도파민 수용체들과 함께 옥시토신 수용체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산악들쥐의 옥시토신 수용체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는 초원숲쥐는 산악들쥐에 비해 옥시토신의 쾌감 내성을 줄이는 효과를 크게 본다는 뜻이 될 것이다. 옥시토신이 성관계시에 분비되므로 특히 오르가즘의 쾌감 내성을 낮추어 줄 것이다.
초원들쥐의 일부일처제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늘 처음같은 오르가즘`일지도 모른다. 쥐가 사람보다 본능에 더 강하게 지배받는다고 본다면 쥐의 사랑은 사람의 사랑보다 오르가즘의 비중이 월등히 클 것이고, 오르가즘이 유지된다면 최초에 짝을 지은 이유, 한번 좋았던 이유가 바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쥐의 일부일처제가 유지되는 것일 수 있다. (`~라면 ~일 경우 ~일 수 있다.` 가설위에 가설 쌓기.)
옥시토신이 무력화된 후에는 내성이 생기면서 성관계 쾌감이 약해지고, 쥐의 사랑은 오르가즘이 전부라고 할 경우 오르가즘 감퇴는 일부일처제가 해제되는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여 문란한 관계로 변하는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옥시토신은 사랑 호르몬이 아니라 오르가즘 지속제다. 물론 오르가즘 지속제는 사랑에 큰 도움이 되지만.
모두 자작가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걸로도 가설이 된다. 게다가 이 가설에 의할 경우엔 앞서 `3년이면 사랑은 끝나고 바람은 숙명`이라는 판단은 나오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 3년 후에 오르가즘은 내성이 생겨 처음같지 않은게 보통이더라도 그게 `사랑이 끝난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옥시토신이 아이의 인상착의에 대한 기억을 강화하여 모성을 낳는다는 가설도 성급하게 보인다.
제왕절개후 몸상태 때문에 분유수유를 하는 산모는 모성이 생기지 않을까? 이 경우엔 출산후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에 비해 옥시토신이 현저히 적어서 산후 회복은 눈에 띄게 더디게 이루어지는데, 자식에게 애착을 갖지 못하는게 눈에 띄게 드러난다거나 하는 조사결과가 있을까? (제왕절개로 출산한 산모가 아이에게 애착을 덜 갖는다는 결과는 없을껄?)
이 시대의 인간에 대한 인식을 선도하는 것은 진화심리학과 신경화학이다. 그런데 신경화학에 근거한 대중적 인식은 오히려 단편적 사실을 성급하게 해석해서 나온 잘못된 결론으로 점철되어 있다.
단편적 사실은, 여기를 보고 이런 결론을 내리면 저기를 보면 또 다른 내용이 나온다. 애초에 특정 심리상태와 옥시토신 농도는 딱 떨어지는 대응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남편과 유대가 약한 상태로 오랜 기간을 보낸 나이든 여성은 옥시토신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할때에도 옥시토신 분비는 늘어난다. 옥시토신은 분명 무의미하지 않은 의도가 숨어있는 암호문이지만 그 내용은 `문맥을 떠나서 사랑`으로 번역할 수 있을만큼 간단하지 않다. 만약 옥시토신이 사랑호르몬 이었다면 출산보조용 자궁수축제는 사랑의 묘약으로 팔렸을 것이다.
7년 전에 번역된 대중서를 읽고 신경화학의 현재를 논할 수는 없다.
뇌과학은 심리학보다 더 탄탄한 기초를 다지면서 심리학을 따라잡을 것이다. 하지만 두가지 의미에서 성급함이 느껴진다.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내용을 놓고 보면 앞서 말했듯 단편적 사실을 성급하게 해석한 잘못된 결론들을 던져주고 있다. 그 편이 자극적이어서 그런가?
학문 그 자체를 놓고 보면 신경화학을 포함한 뇌과학이 심리학을 추월하는 규모의 결론을 내놓으려 하는 것은 성급하게 보인다.
가설위에 가설을 쌓는 구조를 몇차례 보다보니 늘어놓은 실험결과들이 최종가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당연하게도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방식으로 실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분히 일방적인 단편들이 기록된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신경화학이 미시적인 규모를 벗어나서 심리학 규모의 사실에 대해 결론을 내놓는 것(인간의 마음이나 인간의 본질에 대한 관점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은 아직 성급하게 보인다. 일단 최소한 단편적으로 알려진 신경화학적 사실을 두고 대중이 결론을 추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성급하다.
출산, 수유, 오르가즘등 강렬한 애착 감정을 느끼게 될 사건이 일어날때면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난다. 이를 바탕으로 유명한 초원들쥐 실험이 있었다. 초원들쥐는 색정광인 다른 쥐들과 달리 일부일처제이다. 첫관계를 한 뒤 평생 정절을 지키고 자기 짝과 함께 새끼들을 양육하며 살아간다. 이 초원들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더 주사하면, 유대관계가 더욱 끈끈해졌다. 반대로 초원들쥐의 옥시토신 수용체를 무력화시키는 주사를 놓으면, 초원들쥐의 생활양식은 일대일 관계가 깨지고 다른 쥐들처럼 문란해졌다.
이 실험 결과를 두고 다양한 가설이 가능하다.
옥시토신이 상대방의 인상착의를 뇌에 기억시켜서 그 사람(그 쥐)만 사랑하게 한다는 가설도 있다. 모성은 옥시토신에 의해 발생한다는 가설도 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2~3년(900일)이라는 말이 퍼진 것도 그 기간이 지나면 사람의 뇌에서 옥시토신을 포함한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이때 옥시토신은 사랑 호르몬이라고 소개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수십 수백번씩 기사화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한 실험 결과들이다. 그런데, 이 단편적 사실들을 두고 `길어야 3년이면 사랑은 끝이고 호르몬 분비가 끝나는 3년 후엔 옥시토신 잃은 초원들쥐처럼 바람은 숙명`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타당할까?
앞서의 실험 결과외에 다른 사실 몇개를 바탕으로 나는 이렇게도 해석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실험동물에게 아편성 물질을 주면 약물 내성이 올라가서 점점 더 많은 양의 아편성 물질을 찾는다. 그런데 실험동물에게 옥시토신을 주사하자 아편성 물질에 대한 내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옥시토신은 쾌감 내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초원들쥐와 산악들쥐의 뇌를 비교했더니 초원들쥐는 뇌의 쾌락중추의 도파민 수용체들과 함께 옥시토신 수용체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산악들쥐의 옥시토신 수용체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는 초원숲쥐는 산악들쥐에 비해 옥시토신의 쾌감 내성을 줄이는 효과를 크게 본다는 뜻이 될 것이다. 옥시토신이 성관계시에 분비되므로 특히 오르가즘의 쾌감 내성을 낮추어 줄 것이다.
초원들쥐의 일부일처제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늘 처음같은 오르가즘`일지도 모른다. 쥐가 사람보다 본능에 더 강하게 지배받는다고 본다면 쥐의 사랑은 사람의 사랑보다 오르가즘의 비중이 월등히 클 것이고, 오르가즘이 유지된다면 최초에 짝을 지은 이유, 한번 좋았던 이유가 바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쥐의 일부일처제가 유지되는 것일 수 있다. (`~라면 ~일 경우 ~일 수 있다.` 가설위에 가설 쌓기.)
옥시토신이 무력화된 후에는 내성이 생기면서 성관계 쾌감이 약해지고, 쥐의 사랑은 오르가즘이 전부라고 할 경우 오르가즘 감퇴는 일부일처제가 해제되는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여 문란한 관계로 변하는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옥시토신은 사랑 호르몬이 아니라 오르가즘 지속제다. 물론 오르가즘 지속제는 사랑에 큰 도움이 되지만.
모두 자작가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걸로도 가설이 된다. 게다가 이 가설에 의할 경우엔 앞서 `3년이면 사랑은 끝나고 바람은 숙명`이라는 판단은 나오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 3년 후에 오르가즘은 내성이 생겨 처음같지 않은게 보통이더라도 그게 `사랑이 끝난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옥시토신이 아이의 인상착의에 대한 기억을 강화하여 모성을 낳는다는 가설도 성급하게 보인다.
제왕절개후 몸상태 때문에 분유수유를 하는 산모는 모성이 생기지 않을까? 이 경우엔 출산후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에 비해 옥시토신이 현저히 적어서 산후 회복은 눈에 띄게 더디게 이루어지는데, 자식에게 애착을 갖지 못하는게 눈에 띄게 드러난다거나 하는 조사결과가 있을까? (제왕절개로 출산한 산모가 아이에게 애착을 덜 갖는다는 결과는 없을껄?)
이 시대의 인간에 대한 인식을 선도하는 것은 진화심리학과 신경화학이다. 그런데 신경화학에 근거한 대중적 인식은 오히려 단편적 사실을 성급하게 해석해서 나온 잘못된 결론으로 점철되어 있다.
단편적 사실은, 여기를 보고 이런 결론을 내리면 저기를 보면 또 다른 내용이 나온다. 애초에 특정 심리상태와 옥시토신 농도는 딱 떨어지는 대응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남편과 유대가 약한 상태로 오랜 기간을 보낸 나이든 여성은 옥시토신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할때에도 옥시토신 분비는 늘어난다. 옥시토신은 분명 무의미하지 않은 의도가 숨어있는 암호문이지만 그 내용은 `문맥을 떠나서 사랑`으로 번역할 수 있을만큼 간단하지 않다. 만약 옥시토신이 사랑호르몬 이었다면 출산보조용 자궁수축제는 사랑의 묘약으로 팔렸을 것이다.
7년 전에 번역된 대중서를 읽고 신경화학의 현재를 논할 수는 없다.
뇌과학은 심리학보다 더 탄탄한 기초를 다지면서 심리학을 따라잡을 것이다. 하지만 두가지 의미에서 성급함이 느껴진다.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내용을 놓고 보면 앞서 말했듯 단편적 사실을 성급하게 해석한 잘못된 결론들을 던져주고 있다. 그 편이 자극적이어서 그런가?
학문 그 자체를 놓고 보면 신경화학을 포함한 뇌과학이 심리학을 추월하는 규모의 결론을 내놓으려 하는 것은 성급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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