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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의 사교성

잡담 2013. 8. 28. 17:33
전업주부는 높은 사교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같다.
말 안 통하는 어린아이와 단 둘이서 집안에 지내다 보면 보통의 사교성을 가지고서는 인간관계가 단절된다.
인간관계를 최소화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관계하는 정도의 일반적인 사교성을 가지고서는 말 한마디 섞을 상대가 없어지고,
하루 종일 남편만 기다리는 생활을 하게 되어 스트레스가 쌓이기만 한다.

스테레오 타입의 '아줌마스러움'에는 처음 봤는데 친한 사람처럼 얘기하고 생판 남의 일에도 관여하여 인간관계를 늘리는 성격이 포함된다. 이건 전업주부 생활 끝에 필요에 의해 적응한 성격일거다. 여기서 표현되는 아줌마란 전업주부를 의미하고, 필요하지 않고서야 이 성격을 공통적으로 갖게 될리 없다.
비록 우리 어머니는 그리 아줌마스러운 성격이 아니지만, 일반적인 변화가 있어서 그게 스테레오 타입으로 과장되는 걸거다. 마치 학자의 성격, 사업가의 성격처럼. 이때 스테레오 타입 아줌마의 성격이 주부의 성격에 해당한다.

아는 사람 부인들중 전업주부 두명의 경우를 보면
한명은 평범한 사교성을 지닌 반면 다른 한명은 부부 동반으로 다른 사람 결혼식장에서 식사중에 단 한번 만났는데도 대번에 친하게 말걸었던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사교성이 높았다.
전자의 경우엔 아이 태어나고 전업주부가 되자 그 부인이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확연하다.
부인이 매일 아이와 싸우는데 엄마는 소리지르고 애는 '뭐야 왜 저래'라는 눈으로 흥하고 쳐다보고 있댄다.
부인이 너무 힘들어해서 여행가라고 일주일 휴가주면 돌아와서 약발이 하루간다나.
높은 스트레스에 부인의 인격이 변해서 그 남편은 자기가 결혼한 사람과 다른 사람하고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그 부인이 잠시 얼마간은 좀 힘들어 했던 적도 있었는데
음식하면 10배쯤 해서 동네 사람 다 돌리고, 연고 없는 데로 이사갔는데 한달만에 동네 사람들이 XX엄마를 다 알고,
남편한테 '오늘 누구 엄마네 가기로 했으니 저녁 먹고 늦게 오라'고 전화하고 그러면서 지내는데
별로 힘들지 않게 아이를 키우고 있댄다.
(그 집은 애도 성격 좋다. 아빠가 "오늘 뭐했어?" 하고 물어보니까 "과자를 친구들한테 다 나눠주고 집에 오는데 내가 먹을게 없어서 울었더니 엄마가 하나 더 사줬어"라고 했댄다.)
사교성이 높을수록 주부로 적응이 쉽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사회생활을 그만두면 직업이 없어지는게 아니라 직업이 주부로 바뀌게 된다.
주부가 직업이 아닌 걸로 인식해서 그에 걸맞는 성격 적성이 존재한다는 걸 간과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주부에 어울리는 성격은 현재 통칭되는 아줌마스런 성격에 해당하며
다만 한세대 전에는 아줌마=주부였기에 주부의 성격이 곧 아줌마의 성격으로 인식되었지만 맞벌이 비율이 높은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다음 세대 쯤에는 '아줌마스러운 성격'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모호해질듯하다.

골방스타일인 마누라는 오히려 사회생활 안하고 집에만 있기에 좋지 않은 성격이라는게 내 판단이다.
집순이에 골방스타일인 마누라는 자기가 사회생활 좋아하지 않고 자아실현 밖에서 안해도 알아서 잘 할 수 있으니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마누라가 출산휴가로 반년간 집에만 있었을 때에는
'아기가 있으니까 친구 만나러 멀리 가기도 어렵다'며 낮에 굉장히 심심해 했다.
내가 "우리 옆집이 우리랑 비슷한 시기에 둘째 낳았으니까 만나면 얘기할 거리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을 거야.
오며가며 얼굴보면 인사 반갑게 하고 나서 음식 싸들고 옆집 아줌마 찾아가 봐." 라고 했더니
마누라가 "내가 그럴 수 있을거 같아?"라고 했다.
"아니. 절대 못할 거 아는데 그냥 얘기해봤어."
마누라가 일을 계속하는 이유 중엔 집에만 있어봤더니 답답했다는 이때의 경험이 클거다.
난 마누라가 계속 일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아가 날 빼다 밖은 우리 딸에게 그리 넉살좋은 사교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장차 엄마 성격이 섞인다 한들 이쪽으론 별로 달라질 것도 없으니
우리 딸도 그리 주부 적성은 아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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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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