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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악담

잡담 2023. 6. 4. 19:26

다니엘이 인어공주 노래하는 걸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정말 많아, 하지만 이걸론 부족해"라는 장면에서 초1 아들이 "왜?"라고 물어봤다. 왜 인어공주는 만족하지 못할까? 인어공주의 불만족은 부모 보호를 벗어나 자립을 갈구하면서도 미숙한 나이대인 사춘기에게만 당연하다.

인어공주는 사고뭉치다.
응석받이 막내 공주가 가족 고마운 줄 모르고 남자 쫓아 가출해서 돌아갈 수 없는 신체적 변화까지 입었는데 그 남자가 외면하고 딴 여자랑 결혼하는 비극은 마녀의 마법이 없어도 자연스럽다.
애니판에서는 인질 잡혀서 가족에 나라까지 패가망신에 몰아 넣는다. 애리얼은 이 모든 철부지 민폐를 오로지 어리고 귀엽고 예쁘다는 것으로 용서받는 캐릭터다.

인어공주의 동화적 환상은 애리얼이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현실의 사춘기 아이들은 사랑스럽지 않다.
성장 과정상 그럴 때라는 걸 머리로 알아도 사랑하기 쉽지 않은 게 사춘기 아이다.
미숙하면서 자존심 부리고
권리를 주장하되 책임을 감당 못하며
잘하는 것 없이 잘난체 하는 시기.
사랑스럽던 아이는 사춘기부터 밉살맞아진다.
인어공주는 보는 이에게 소녀의 갈망을 이해시킨다는 게 관건이고 그게 애리얼을 특별하게 만든다.

악평이 심해서 극장 가진 않겠지만 리뷰에 나오는 말들을 모아 보면 인어공주 실사판은 PC를 묻히면서 인어공주를 쎈 언니 캐릭터로 만든 걸로 보인다.
왕자 대신 말 몰아보는 장면에서는 전차추격신처럼 질주한다.
마녀를 물리치는 액션 신에서는 인어공주가 늠름하다.
빨간장발머리 대신에 레게머리를 한 것도 인종적인 자존심이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노래마저도 원숙하게 잘하는 디바 스타일이다.
인어공주는 민폐짓을 예쁘고 귀엽고 미숙함으로 용서 받는 캐릭터인데 이것 저것 잘한다는 식으로 자존심 부리고 잘난체 하면서 철 없는 민폐 짓거리를 쏟아내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실사판 인어공주는 극 자체가 실사판 사춘기 반항아 같다.
그 결과 인어공주는 평범한 밉상이 됐다.

다니에리얼 뮤직비디오를 보며 이대로 실사화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칙칙한 실사 해산물들과 짜증나는 실사 사춘기 쎈척녀가 아닌 다니엘이 노래한 part of your world 같은 인어공주 라면
이제 막 사춘기 초입에서 속썩이는 딸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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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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