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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리

잡담 2014. 6. 27. 15:15
지난해까지 근 십년을 난 한 상사 밑에서 일했다.
내 사회생활의 전부를 함께해온 내 상사는 나를 참 위해줬었고
적어도 지난 세월을 이익보며 살았다고 할 만큼은 편하게 해줬다.

그러다 잡을 바꾼 그는
처음 맡은 프로젝트부터 재수도 참 더럽게 없게 딱 걸려서 난항중이다.
그것도 남 탓도 아니고 자기가 현역(?잡 바꾸기 전)시절에 실수한 똥을 지금 잡 바꾼 자기가 맞고 있다. 인과응보의 대상이 되기엔 훨씬 나쁜 놈들이 많은 세상인데. 안타깝다.

그 구조작업을 내가 하고 있다.
객관적으로는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만뒀을 일을 사람 봐서 다소 무리해서라도 의리로 도와주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고
주관적으로는 글쎄... 말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하지만
속내는 내가 심하게 힘들지 않은 정도까지를 한계선으로 설정해놓았음을 자각하고 있다. 이게 완전히 내 일 내 사업이었다면 난 분명 이보다 더 절박하게 일했을 거다. 그런 절박함이 들지 않는다. 미안하게도.

내가 미적지근한 수준으로 도우려한다는 걸 도움 받는 사람은 더 잘 느끼고 서운하게 여기겠지?
그래서 결과로 말해야한다는 생각이 자꾸든다. 내가 노력하는 정도래봤자 도움 받는 사람 눈에는 미지근하게 보여서 감동되진 않으리라.
그도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볼 터이니 좋은 결과로 갚아줬을때나 고마워하지
결과가 별로면 그간 노력해준 정도는 오히려 서운하게 느끼기 쉬울것 같다.

결과가 반쯤 운에 달린 상황이다.
나는 은혜를 아는 사람일 수 있을까.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으로 남을까.

일이 잘 풀려 줬으면 좋겠다.
적당히 하다 발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슬그머니 들어서
나는 의리를 아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누르고 있다.

--------여기까지 지난 밤.

아침까지만 해도 바뀐 내 직속 상사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그거에 더 이상 노력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이쯤에서 포장하자고 하는 걸
그러자고 하고는 돌아와서 더 해서 결국 풀어냈다.
이게 못하면 내가 곤란해지는 내 일이라고 치면 나는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
그 정도가 최선이다 라는 기준으로 해보기로 했더니 풀렸다.

이전 상사에게 자리 물려받은 지금 상사는 겉으로 들리게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태도로 말하더니
돌아서서 막상 일하는 나한테는 그렇게 확고한 태도가 아니었다. 모션만 보이면 된다는 거겠지.

문제 해결하고나서 이전 상사였던 분에게 희소식을 알려주러 갔다.
결과로 말하게 될거라는 내 짐작대로 처음엔 (아마도 실패소식을 알려주러 온 거라고 짐작해서) 시큼털털한 반응으로 맞이하더니
성공한 결과를 알려주자 악수를 청했다.
내가 이거 해드리려고 고생 많이 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전 상사가 좋아할 방향으로 결정하는 회의를 좀 있다가 할거다.
내게 힘입어 내려질 이 결정이 종국에 잘못된 것이 되면 그 독은 지금보다 더 크며
도와주려다 더 크게 해 입히는 일이 될 것이란 점이 다소 조심스럽다.
내가 훗날에 독이 되는 결정으로 이끈 게 아니어야 할텐데.

-------

인과응보 당하기엔 나쁜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저런 상황에 처했을까 했지만
이번엔 나로 인해 인과응보가 지켜졌으니
세상의 인과응보가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개개의 나 들이 태만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저 사람이 저런 일 당할 사람이 아닌데 세상이 참 부조리해 라고 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가 저런 일 당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바로 내가 손놓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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