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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2차토론에서 문재인이 '시대정신이 바뀌었다'라는 말을 할 때
이정희가 '노동자들이 죽어서 바뀐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회주의자다운 말이다.
설령 사회주의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혹은 아예 사회주의적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중에서도,
'음지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들이 투쟁하다 죽어갔기 때문에 세상이 바뀌어 나가는 것이다'라는 말에는 그럭저럭 동의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 관점은 이런 것이다.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총대매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고, 앞장서서 싸우지 않고 있는 여타 노동자(월급받는 모든 근로자)들은 그 수혜를 앉아서 보고 있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내 관점은 이렇다.
경제활동은 자본과 노동이 함께 일하는 것이고,
(짧은 사이클에서) 이윤 성과도 (긴 사이클에서) 시스템적인 진화도 그 경제활동이 낳는 결과이다.
이윤 성과가 자본만의 공이 아닌 것처럼
시스템적 진화도 노동만의 공일 수 없다.
노동자건 자본가건 우리는 모두 온 세상에 뿌려진 빛 알갱이들이고
흩뿌려진 개인들이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건드리는 것으로서
어떤 이념이 적용된 실제 세상의 전체 형상이 밝혀진다.
수렁에 떨어진 빛 알갱이는 수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지에 떨어진 빛 알갱이는 양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형상이 밝혀진 세상엔 장점이 있고 트러블이 있다.
-제국주의가 적용된 세상은 그 끝에 전쟁으로 인한 파국이라는 트러블이 나면서 변경되었다.
-사회주의가 적용된 세상은 그 끝에 자본주의 대비 효율성 완패라는 트러블이 나면서 변경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적용된 세상은 그 끝에 세계 금융 위기라는 트러블이 나면서 변경되었다.
세상의 변화는 이렇게 밝혀진 전체 형상에 대한 조망으로부터 도출된다.

항의하며 죽어간 노동자가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라는 관점과 다른 점은,
첫째로 '앉아서 수혜를 본 사람들'이라는 부채의식의 여부 차이이고
둘째로 해야할 과제가 투쟁이냐 입증이냐의 차이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따져보자.
과연 신자유주의의 철회라는 시대정신의 변화는
노동자의 죽음 앞에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반성으로인해 야기 되었는가,
아니면 신자유주의는 투자 이익에 편중된 배분을 낳고 그로 인해 금융 가치만 고평가된 끝에 리만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일어나면서 신자유주의의 전체 형상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인지로 인해 야기 되었는가.

세상은 갑을로 나뉘지만, 동시에 영원한 갑은 없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시스템 버그가 작은 더 합리적인 사회를 희망하는 이유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은 시스템 버그가 커질수록 전체적으로 피로해지는 사회대비 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을이 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변화 의지를 갖는데
어디서 갑이던 사람이 누군가에겐 을이고 어떤 때엔 병이 된다. 언제나 갑인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갑을 관계의 유동적인 면은 시스템 버그를 개선할 의지에 동조할 사람을 늘린다.
그런데 투쟁은 갑을을 구분하여 고정한다.
투쟁으로 인해 갑을의 구분이 명료해질수록 을은 한정되고 개선의지는 동조를 잃는다. 자기 일로 인식되지 않으니까.
철탑위 칼바람을 맞으며 죽어가는 노동자의 투쟁이 얼마만큼의 사회 개선의지의 동조를 얻어냈는지
아니면 잃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 해석은 실제와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월급쟁이 노동자는 어느모로 보나 진짜 노동자지만 노동 운동을 자신을 위한 사회개선운동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회 변화 동력은 투쟁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조망에서 나오고, 해야할 일은 투쟁이 아니라 입증이다.
이건 모든 사회 이념, 기업, 팀, 모든 시스템에 해당한다.

* 덧 > 나꼼수의 흥망도 이 관점에서 파악된다. '입증'의 스탠스를 가지고 정치력화 할 정도로 흥했다가, '투쟁'의 스탠스를 가짐과 동시에 열혈신도 모임이 되었다. 그 결과 지금은 흥했던 시절의 강력한 위력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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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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