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어떤 조직이 있다.
그 조직에 병렬적인 두개의 팀이 있는데
한 팀은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다들 칼퇴근하고 업무시간내의 업무 강도도 널럴하다.
다른 한 팀은 업무의 성격상 야근이 태반이고 삽질도 많이 해야 한다.
이 경우에 각 팀의 구성원의 업무에 대한 사고방식은 달라진다.
널럴팀은 '업무 범위라는게 있는 거다. 일단 있는 규정은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빡센팀은 '기본 업무 범위가 있긴 하지만 배타적으로 일하는 것은 잘못이다. 최대한 협력하는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옳으냐 하면 각자 할 말이 있을 만큼은 타당하다. 양쪽이 다 할 수는 있는 그레이 존의 일을, 업무범위규정상 빡센팀이 감당해야 할 일이긴 한데 바쁘므로 널럴팀에서 맡아주길 바라는 상황이면 당신은 어느 쪽의 주장이 옳다고 할 것인가?

이번엔 상하로 나누어 보면 조직의 상층에 있는 사람은 업무에 따르는 권한도/책임도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강하다. 하층에 있는 사람, 노무자는 내가 한 일의 책임이 나 혼자 질 종류의 것은 아니며 일은 돈벌자고 하는거고 퇴근하면 다 똑같은 아저씨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업무상 직급이 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약하다.) 역시 어느 쪽이 옳으냐 하면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현장 노동자가 일하다가 실수를 했다면 그 실수의 책임은 실수한 개인이 져야 하는가? 아니면 실수는 일하다보면 자연발생 하는 것이고 회사를 위한 일을 하다가 실수가 발생한 것이니 회사가 막아주어야 하는가?

사회 전체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사회와 경제에 룰이 있으나 공정한 것만은 아니어서 누구는 가만 앉아서 시스템의 혜택을 보는데 누구는 시스템으로 인해 삶이 고단해진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의 법/제도/경제에 갖는 존중은 천차만별이다.
시스템에 혜택을 입고 자라온 누군가는 '그것은 불법이다' 라는 말 한마디로 선악을 자를 수 있다.
반대로 시스템에 치이며 살아온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다. 어떤 행동이 불법이기는 하나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암묵적 강요를 받아 온 것이라고 생각 할 여지가 있다. 마치 '빡센팀의 업무를 널럴팀에게 떠넘기는 것이 규정위반이기는 하나, <잘못된 일>이라고 잘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고 앞서의 두 예와 마찬가지로 이 또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으로 인해 피로한 사람>을 <시스템의 수혜자>가 상대할 때에 받는 일차적인 느낌은 '자격지심 있는 사람은 상대하기 피곤해'이고 '뭐야 엄연히 룰이 있는데 억지나 부리고 말이 안통하네'이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다. 그쪽의 입장이 주장하는 바는 시스템의 버그다.
시스템에는 오류가 있고, 시스템 룰을 전명 긍정함으로써 오류의 존재를 부정하면 그 오류가 결국 자기를 친다.

관계 속의 입지는 언제라도 역전될 수 있으며 같은 의미를 '영원한 갑은 없다'는 말로도 표현한다. 이건 내가 갑이 되는 상황에 빌붙어 시스템 오류의 존재를 눈감아 될 일이 아니다. 시스템의 오류는 발견되고 수정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기가 갑이 되는 상황에 빌붙기 시작하면, 시스템의 오류를 눈감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자정능력을 잃고 오류가 극대화되어 완전히 미칠 때까지 추락공포(을이 되는 두려움)의 지배하에 계속 굴러간다. 뭐... 한 북한쯤 되도 굴러가니까 그보다 더 미칠때까진 안 뒤집어지고 안 고쳐진다. 당신 역시 사회 속의 을이다. 시스템의 오류가 자라날수록 고단해지는 사회의 을.

시스템과 그 룰을 신성시 하지 말라. 시스템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시스템을 신성시 하여 무결점의 선으로 존중하는 것도 맹독을 품고 있다. 시스템은 항상 버그를 품고 있고 그 버그를 발견하고 수정하기는 멈춰선 안된다. 그래서 때론 불법조차 보호 받아야 한다. 시스템의 룰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서다.

함께 굶겨 놓고 니들끼리 시시비비를 가려봐라 하는 게 추락공포가 지배하는 사회의 전형적인 논리. 서로 그 안에서 갑을로 나누어서 눈꼽만한 '갑질'하기에 빌붙어 시스템 오류를 눈감는 입장에 서게 한다.

'노크 노트 > 사회관1 부조리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VS여자의 프레임에 빠지는 것이 싫다.  (2) 2013.08.08
중용  (0) 2013.06.05
사회 진화의 동력  (0) 2012.12.12
요동치며 우상향  (0) 2011.06.10
집중된 힘에 의한 인간 착취  (0) 2011.05.16
Posted by 노크노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