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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자녀에게 본국은 어떤 의미일까?
어린시절 살던 동네와 친구들도 떠나오면 추억이 된다. 하물며 언어와 문화와 인종이 다른 나라에 갔을 때엔 고국의 의미는 가벼운 것이 아닐거다. 외국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 이민자 자녀가 본국의 대사관에서 일하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아무 생각없이 살다보니 문득 대사관이 나타났는지 어떤지 모를 일이지만 보통은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면 나오는 직장은 대사관이 아닐거다.
한국인도 네이티브 미국인도 아닌 이민자 1.5세의 마음 복잡한 청춘이 자기의 꿈에 대해 생각하고 고국에 대해 생각하여 지원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고국에서 가장 높으신 분들이 오고, 대사관의 일 중에서 가장 중대한 일에 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건 꿈을 자극하는 일이다.
대학교 강연회 연사로서 성공하신 높으신 분이 온다 하면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경건한 분위기가 감돈다.
하물며 <떠나온 고국>에서 <훌륭하신 분들>이 <고국에게 있어 중요한 일>을 하러 오신댄다. 꿈을 꾸는 입장에서는 꿈 같은 일이다.

그런데 꿈이 악몽이 됐다.
<훌륭하신 분>은 벌거벗은 늙은이가 되어 여자 엉덩이를 움켜쥐고 호텔방으로 들어갔다. 이게 성추행이라고 표현되는데 내가 보기엔 강간미수다. 옷 입은 남자가 다른 사람들 많은 공공장소에서 여자 엉덩이를 움켜쥐면 성추행이지. 옷벗은 남자가 호텔방에서 그러면 그건 강간시도 했는데 여자가 탈출한거다.
대사관 내부에 신고 했을 때는 무시하려 했다. 룸메이트가 외부 경찰에 신고는 했는데 그것도 내부 고발자라고 신고한 사람은 대사관 그만두고 나갔다.
<떠나온 고국>은 자기 신상명세를 돌려보며 히히덕거린댄다. 이 여자가 꽃뱀이냐 아니냐, 생긴건 괜찮은데 행실은 별로다, 각자 자기 정치적 지지 입장에 맞추어선 떠들어대고 혹은 일 크게 키웠다고 비난한다.
고국에서 오신 훌륭하신 분이 자기를 강간하려고 하거나 말거나 <중요한 일>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댄다.
이러고 나면 그 여자의 입장에선 자기를 강간하려 한 것은 고국이다.
향수섞인 떠나온 고국도 무너지고 미래의 꿈도 무너진다.

윤창중 사건은 한발짝 떨어지면 우스개거리다. 국정원 선거 개입같은 치명적인 비리도 아니고 기껏해야 '밖에서 저러면 안에선 오죽하겠냐? 한국 경찰한테 신고했으면 윗선 전화 한통화로 묻혔을걸'라는 증거없는 추정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당한 입장에선 이민자로서 마음에 의지처로 두었던 고국이 자기를 강간하려고 한 후에 비웃고 있는 사건이다.
만약 과거에 국내에서 권력에 강간당하고 경찰에 신고하나마나 소용없이 조용히 묻힌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이 사회가 자기를 강간한 걸로 느끼겠지.

이건 갑vs을의 관계에서 을의 당연한 권리조차 갑이 힘으로 무시해버리는 부조리의 결과다.
약자의 입장에서 그 결과는 사회전체가 자기를 핍박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현대의 강자는 사회로부터 힘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갑의 권리를 지켜줘서 힘을 부여하는 것도 사회고
을의 권리를 지켜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도 사회다.
그런데 강자에게 힘을 주기는 하고선 그 힘으로 약자의 권리를 해치는 것은 눈감는 사회가 있다고 한다면
약자의 입장에선 그 사회가 자기를 해치는 것으로 와닿는다.
'사회로부터 힘을 부여받은 자가 나를 해치는 것을 사회가 눈감아준다.' & '사회가 나를 해꼬지한다.' ...뭐가 다르겠는가.

사회는 강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정성을 들여 수호해준다.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은 강자의 권리다.
업무 권한을 준수하는 것은 강자의 권리다.
강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대해서는 중죄로 다스린다.
약자에게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약자의 권리는 명확히 세부 규정되지 않고 뭉뚱그려진 개념의 상태에서 힘으로 무시되기 일쑤다.
단발적인 '너무했다, 저건 좀 심했다'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을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갑에게 힘을 부여한 사회는 을의 어떤 권리를 눈 부릅뜨고 지켜줘야 하는지,
이것이 분명해지지 않으면 그 사회는 약자의 성과 살을 상납하기 위한 시스템이나 다를 바가 없다.

얼마전 논란된 포스코에너지 상무가 항공 승무원한테 갑질한 사건에서
라면 갑은 승무원 을의 무슨 권리를 얼마만큼 침해하였는가를 분명하게 정하지 않고 두리뭉실 넘어가는 것도 단발성 처벌로 불만만 달래고 넘어가는 꼼수다.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회가 지켜줘야 하는 을의 권리는 무엇입니까? 상식이니 인권이니 예의니 하는 상위개념들은 구체적으로 을의 어떤 권리를 의미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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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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