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어젯밤에 딸에게 옷 사주다가 싸웠다.
딸에게 뭔가 해주고 싶으니까 숙제 하기 같은 일상적인 것들 해내면 선물 사주겠다고 조건을 걸어서 약속했고 딸이 선물로 옷을 고르는데 생각보다 비싼 옷 고른 딸이 자기의 당연한 권리로서 주장을 하니까 호의로서 사주고 싶어한 엄마 간에 기분 충돌이 일어난 것 같다.
종종 반복되는 패턴이다.
약속을 하는 순간 딸은 자기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후 권리 주장을 한다. 엄마는 호의를 악용당하고 기분이 상한다.
결국 한바탕 싸우고 나서 얼마 후 엄마가 딸에게 가서 다독이며 화해했다. 나는 보고 있다가
"앞으로 약속 하지마. 정 뭔가 해주고 싶으면 미래에 해준다고 약속하지 말고 해주고 싶은 그 시점에 바로 해. 앞으로 약속하는 거 보이면 내가 훼방 놓을 거야."라고 했다.
처음 아이를 키울 때 아이와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한 여러 얘기들에 혹해서 약속을 하고 지키고 신뢰를 어쩌구 같은 것들에 집착했었는데 그 단편적인 원리들이 첫째에겐 별로 잘 동작하지 않는다. 조건부 약속 같은 거 하지 못하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