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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시어머니중에 나는 시어머니 노릇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시어머니가 있을까?
난 고부갈등은 생활형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막장드라마 바깥 세상의 흔한 고부갈등은 양쪽이 무슨 거한 욕심을 부려서 서로 충돌하는 게 아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최소한의 바램끼리 부데껴서 갈등이 일어난다.
그래서 욕심을 줄인다고 해도 아예 사람답게 살 생각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갈등의 소지가 없어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일년에 스무번 보는 게 큰 욕심 아닌데도 충분히 고부갈등의 소지가 된다.
며느리 입장에선 시어머니가 왠지 이유없이 나를 미워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가 되는 경우엔 몇달에 한번을 봐도 그 날을 견디기 힘든게 사람 마음이다.

자식은 대체로 받아먹으며 사는 습관이 들어있고 대부분 무심하다.
자식이 '난 귀찮은 거 싫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부모가 '이 정도로 욕심을 줄이면 되겠지' 하는 기대를 가볍게 뛰어넘기 일쑤다.
욕심을 줄이는 것 만으로 갈등의 소지를 없앤다는 건 그래서 비현실적이다.
욕심을 줄인들 '난 숨은 쉬지만 죽은 사람이려니 살거다'할 수 없지 않은가.
불행은 자연스래 원망을 낳는다. 그런데 원망이 쌓이면 그 미움이 자기 자식을 향하지 않는다. 이성적으로는 내 새끼가 잘못인줄 아는데 차마 미움은 내 자식에게 꽂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그럼 원망의 화살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향을 뒤틀어서 다른 쪽을 향한다.
미운 내 자식 대신 욕먹어 줄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다 보면 할 도리 다 하고 있는 며느리를 미워할 꼬투리를 찾는다.
세상의 시어머니들은 처음엔 '나는 나중에 시어머니 노릇 안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무심한 자식에게 '이건 해도 너무하잖아'라고 느끼며 원망을 쌓은 다음
원망의 화살을 차마 자기 자식에게는 못 쏘겠다면서 남의 자식을 겨눈다.

그런데 원망의 대상인 며느리가 잘한다고 내 자식이 무심한 불행이 해소되질 않는다.
며느리가 아무리 잘해도 불행이 해소되지 않으니 원망은 그대로고 그래서 미움의 화살도 그대로다.
고부 갈등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갈등이지만 둘 사이의 조율로 해결되는 갈등이 아니다.
고부 갈등 해결의 요점은 부모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친자식이 부모에게 신경을 써야 부모가 행복해지고
부모가 행복해져야 내심에 원망이 안 쌓이며
그래야 원망의 화살을 겨눌 일도, 그 끝을 억지로 며느리에게 돌릴 일도 없어진다.

난 '효도는 셀프'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 내심에 '난 귀찮은 거 싫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고, 그 귀찮은 거 싫은 마음이 자식을 무심하게 만드는 제 1 원인이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찮다는 뉘앙스를 제외하면 '친자식이 신경을 써야 부모 마음이 행복하다'라는 것은 맞다.
부모 마음에 서운함이 쌓이는지 아닌지 자식이 시시때때로 살피는 게 고부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고부 갈등 난다고 무조건 멀리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남편하고 시어머니 얼굴 보는 회수 제한을 협상하는 건 좋은 방법이 못된다.
시댁 불편해서 싫다고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이러면서 보는 횟수를 줄이고 멀리 하면 서운함과 미움이 압축되서 농도는 더 높아진다.
정말 불편한 사람은 한달에 한번 보는 것도 한달 내내 소름끼치는 반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매일 봐도 그냥 그렇다. 결국 고부갈등으로 대표되는 불편한 시댁 스트레스를 횟수로 타협봐서 줄여보려는 건 그리 도움이 안된다.
내가 시어머니랑 친해지고 잘하면 되지, 하고 굉장히 살갑게 대하는 며느리들도 있다. 난 이쪽도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사근사근거리면 어른들이 좋아하기는 하는데, 아무리 사근사근 친하게 잘해봐야 막상 친자식이 무심하게 굴어서 부모 불행하게 하면 원망은 어쩔수 없이 생기고 그럼 그게 잘하는 며느리를 억울하게 한다. 핵심과 부수적인 것을 혼동해선 안된다.
핵심은 남편이 자기 부모 서운하지 않도록 하는 거다.
며느리가 직접 행동하는 게 아니지만 효과는 가장 좋다.
남자들이 결혼하면 효자가 된다고들 하는데
평소 효도 할 줄 모르던 사람이 마음만 효자되서는 아내 통해 효도하려고 귀찮게 군다고 보통 아내들이 남편 효자 되는 것 싫어한다고 한다.
아내 통해 효도하려고 드는 건 소용 없기 때문에 잘못이다.
그런데 효자되는 것 싫어하는 것도 잘 하는 게 아니다.
시부모 마음에 서운함이 쌓이는지 아닌지 남편이 시시때때로 살피도록 종종 트리거시키고
아내 통해 효도하는 것 소용 없으니 남편이 직접 자기 부모한테 얼굴 자주 비추도록 돕는게 가장 좋다.

부모가 서운함이 없으면 며느리가 좀 못해도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운함이 쌓이고 나면 그 원망이 자식한테 향할까봐 대신 원망할 대상을 찾는다.
며느리가 잘하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친자식이 신경쓰는게 중요하다. 만약 친자식이 못하고 있고 그 반발의 피해를 해결하고 싶다면 남편을 효자로 만드는 게 정답이다.

남자 입장에선, 자기 어머니가 난 시어머니 노릇 안할거라고 하시는 말씀에 의존할 생각 하지 않는게 좋다. 그건 욕심을 줄이겠다는 뜻인데 말했다시피 산 사람이 죽은 사람처럼 살 것도 아니고 욕심 줄이는 걸로 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저런 말씀을 하는 어머니는 당신께서 과거에 시달렸던 경험을 가지고 하는 말씀이기 쉬운데, 갈등의 조율은 갈등 해결 잘하는 환경을 접하면서 배우는 것이라서 갈등 조율이 안되던 환경에서 살아오신 분들께는 오히려 갈등 조율 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 시달리던 며느리가 좋은 시어머니 되는 일은 오히려 드물다.
결국 자기 어머니가 난 시어머니 노릇 안하겠다고 하시는 걸 들었다면
어머니 마음에 한점 서운함 남기지 않을 효자가 되도록 본인이 환골탈태할 각오를 해야 하리라.

내 경우 마누라가 사근 사근 잘한다는 건 애초에 선택지에 없으므로
내가 어떻게 하면 마누라가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인가 자구책으로 찾은 방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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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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