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노인이 될수록 생각이 정형화 된다.
우리 아버지는 '중국집의 요리 솜씨는 우동 국물맛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짜장이나 짬뽕등의 다른 요리는 양념 맛으로 덮이지만 우동은 맑은 국물이라서 솜씨가 드러난다, 뭐 그런 류의 생각일거다.
완전히 의미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굉장한 비결도 아닌,
한번쯤 들어 넘기기엔 참신하지만 계속 사용할 정도의 관점도 아닌 그럭저럭 옳은 말 정도의 생각.
그런데 이 생각이 점점 더 정형화되어 아버지 내적으로 마치 금언이나 격언 비슷한 것이 된 모양이다.
아버지를 오랜 시간을 두고 본 나는 아버지가 '중국집의 요리솜씨'를 들으면 '우동'을 떠올린다는 걸 안다.
그 순간에 아버지가 말을 꺼내면, 말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무슨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는 사고방식이 루틴화 되어 있다는 의미다.
입력에 대한 출력이 정형화되었기에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이것이 반복되면 '뻔한 말'로 들리게 된다.

'아이들은 머리가 굳지 않아서 창의성이 좋다'고들 얘기하는데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일수록 어떤 입력에 대한 생각이 어느 방향으로 나올지 덜 루틴화 되어 있기에 종종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답을 내놓는다.
예상의 범주를 크게 벗어날 때의 느낌이 앞서의 '아이들은 머리가 굳지 않았다'는 평을 만든다.

생각이 굳었다는 평가나 뻔한 말로 들린다는 평가는 그것이 최선의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습은 본래 루틴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형화 되더라도 최적화된 형태로 정형화 되었을 때엔 '학습이 잘 된' 것으로 평가된다.
'머리가 굳었다', '뻔한 말' 이런 부정적 평가는 최적이 아닌 상태로 정형화 되었음이 드러날 때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꽉막힌 어른이 되지 않겠다며 아이다움을 유지하려 하는 시도가 여럿 있었다.
이들의 방식은 '사고방식이 정형화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형태로 이루어지곤 했다.
생각이 정형화 되는 것을 단순히 최소화 하려는 시도는
어차피 학습을 완전히 거부하고서는 살 수가 없기에 어떻게든 학습을 하기는 하는데
이때 별 구분없이 오로지 최소화만 하려고 하면 학습한 부분중에 오답의 비율은 똑같이 유지되는 결과를 만난다.
100을 학습하고 40을 오답으로 채워서 '꽉막힌 어른'이 되는 것을 개선하겠다고
10을 학습하는데 그중 4는 오답으로 채워지며 90은 학습하지 않는 형태다.
이러면 '어른의 정형화된 사고방식'의 단점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장점까지 같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면 결과적으로 철없는 어른이 된다. 젊은 척 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꽉 막힌 부분이 드러나고, 어른 치고도 뭔가 부족하니 이도 저도 아니라서 딱히 더 낫다고 보기도 어려운 결과가 된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자'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를 구분하여
분명치 않은 것을 '알고 있다'여기면서 루틴화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분명치 않은 것을 루틴화하면 할수록 생각이 굳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분명치 않은 것에 대해서는 모름을 인정할 것.
내가 모르는 것임을 알고 있을 때에 오답을 따라 루틴화된 사고를 하지 않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 입장에서 이 정도의 편파성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관대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는 부유하니까 내 입장에서 부유한 쪽에 치우치게 말하더라도...'
'나는 감정적으로 화가 났으니까, ...'
모든 입장은 변하고 학습된 오답은 쌓인다.
내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지만 임기응변을 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여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를 적게 가져가는 것을 추구한다.

'노크 노트 > 처세 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숙달된 기술, 허를 찌르는 전략  (1) 2014.09.11
정치에 대하여  (3) 2014.08.29
위엄과 인내  (0) 2014.01.10
고부갈등 소고  (3) 2013.07.19
불편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  (0) 2012.10.31
Posted by 노크노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