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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만나서 나이 드니까 재미있는 것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수용체가 말라붙은 것처럼 뭘해도 그다지 재밌지 않다.
재밌는 것은 단지 아이나 아내가 재밌어하면 그걸 보는 게 재밌다.
유전자에 새겨진 특성 같다.
나이들어서도 홀로 재밌을 수 있는 현자는 자손을 낳을 필요가 없어서 대가 끊겨 멸종했고 나이들면 아이 키우기에 홀려있는 바보들의 유전자만 살아남아 우리 조상이 된게다.
그러고 나니 이젠 애키울 때라서 맛있는 걸 내가 먹는 것보다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게 더 맛있다. 여행을 가도 혼자서 구경하는 건 재미없고 가족들 데리고 힘만 들게 다니면서 가족들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게 좋다.
즐거움을 느끼는 수용체가 아이들에게 이동해 버린 듯한 이 상황에서 두가지 해법을 생각하고 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내 눈앞에서 멀어지는 것은 지양한다. 나와 함께 기뻐하는 것이 아니고 멀리 어딘가로 떨어지게 되면 즐거움 느낄 수용체 없이 남은 내 삶은 인고의 시간이 될테니까.
기러기건 기숙사건 유학이건 혹은 아이가 친구들과 놀게 아빠는 돈만 내주길 원하는 류의 소원이건 이런 판단을 할 상황은 많이 발생한다.
나이들면 홀로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진다는 건 중요한데 꽤 무시된다.
미혼의 돈 잘버는 후배와 얘기할 땐 결혼을 고려할 이유가 된다.
아이 교육을 위해 장거리 주말부부 하는 고위 공무원인 친구는 객관적으로 그만둘 이유가 없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낙이 없었다. 주말에만 몇시간씩 운전해가서 힘들게 아이를 만나는 건 즐거울 구석 없는 인고의 삶이 될 것이다. 아이가 아빠에게 알아서 기쁜 모습 보이며 낙을 주면 괜찮겠지만 그럴리가 없으니 지친 아빠가 아이에게 인풋을 넣어야 하는데 주중 근로와 주말 운전으로 지친 상태로는 그것도 잘 안될테니까.

수용체가 나이의 영향으로 무뎌지는 것은 내 내적인 변화이므로 더 즐거운 새 취미를 찾아내기 보다는 운동과 집중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단련하면 왠만큼 효과 있을 것이다. 어릴때도 못하던 턱걸이를 나이든 후 운동하면서 할 수 있게 된 경험에서 내가 살아온 과거가 내 최대치가 아니었음을 안다. 과거에 특별히 훈련해서 최대치로 발휘했던 분야가 아닌 이상 지금이라도 단련하면 꽤 큰 효과가 나고 과거를 능가할 수도 있다. 한동안 안듣던 음악 등 문화 컨텐츠에 좀 더 집중해서 감정을 움직여보고 있다.

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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