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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을 때 감사 대신에 소중함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서 이해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쉬웠다.
감사라고 표현하면 감사할 대상이 존재해야 성립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종교인은 모든 것을 신께 감사하겠지만 나는 시간처럼 주어진 것이나 내가 이룬 것일 경우에 이걸 누구에게 감사하나 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소중함이라고 하면 내가 이룬 것이라 해도 소중함이 약해지지 않는다.
감사하며 살기란 소중함을 알아채는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지금 내가 감사할 일을 찾는 것은, 상실감 즉 없을 때의 감각을 기준으로 지금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아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아무리 높은 산도 고원지대에 사는 사람 눈에는 낮아 보일 수 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금새 익숙해지고 당연해져서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코로나 없는 건강, 전쟁 없는 평화,
삶의 터전인 가정과 일터,
물과 공기나 삶 그 자체인 시간까지도
무엇이든 당연시 될 수 있다.
없음을 기준점으로 잡지 않고 있음을 당연시 하면 아무리 소중한 것도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낭비하게 된다.

사고로 전신마비에 눈멀고 귀먹은 사람이 기적과 재활훈련 끝에 어느날 모든 건강을 회복하고 지금 나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고 치자. 그는 햇살과 바람을 누리고 뛰어다니며 엄청나게 행복해 할 것이다.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의 해발고도는 그렇게 높다. 행복감으로 전력을 다해 누려야 마땅하다. 내 현재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내 가치를 알아보는 눈에 뭔가 문제가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 책을 빌렸던 2020년의 일이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둥글고 큰 기둥이 있다.
도서관에 들렀다가 그 기둥을 봤는데,
걸음마를 시작한 딸과 도서관 기둥 주위로 술래잡기를 하던 기억이 가슴 시리게 그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그 날 내가 그 기둥을 고른 이유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딸과 놀아주기 위해서 였다는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기둥을 이용하면 조금만 움직여도 보이지 않게 되니까 귀찮은 마음으로 기둥을 돌았고 그조차 그리 길게 놀아주지 못한 채 지루해 했었다.
왜 이제와서 그리운 느낌이 드나 생각했는데,
2020년에 장인 어른이 사고로 생사를 오가다 돌아가시고 코로나도 확산되고 어려운 시간이던 중에 그간의 평화로운 삶이 계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아이의 어린 날이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는 상실감으로 인해서 소중하게 느껴질 기준점을 가진 상태로 회상했기 때문이었다.
상실감과 불안감은 불행감의 근본이지만
그런 상실감각이 소중함을 알게 하는 기준점이 되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아이의 어린 시절과 유투브 예능 보기 중에 무엇이 더 가치있을까. 다들 많은 경우에 판단을 잘못한다. 판단이 흐려지면 세월 지난 후에 후회해도 늦다.

소중한 것의 가치를 바로 알기 위해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감사 일기를 쓰는 대신에 매일 가만히 이런 생각을 한다.
먼저 '당연히 있는' 것을 생각하고
상실했을 때와 비교하여 소중함을 알아차리고
안도와 행복감을 느낀다.
이 정도는 내게는 당연하다 여기는 자존심의 느낌을 지운다.
다행이다 라고 느낀다.
가족이 있어줘서 다행이다.
여기 우리의 공통점인 일터가,
건강이,
평화가.

이적의 노래중에 다행이다 라는 곡이 있다.
네가 있어줘서 다행이다 라는 것은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내게 있는 모든 것에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당연시 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에 다행이다 라고 느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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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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