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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힘은 지능과 도구보다도 협력하는 머리 수에 달려 있다. 일당백의 개체에게 이백명이 붙어서 이기는 다구리 전략이 인간의 방식이다. 다른 동물 대비 초월적 숫자의 협업이 가능해지는 포인트는 패러다임의 공유에 있다.
지성체의 시작은 상상력이다.
상상으로 실제에서 속성을 분리 변화시킬 수 있게 되면서
추상화가 가능해지고
추상화를 통해 개념을 만들고
개념들로 기술공법을 만들고
거대 협력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기술공법을 발전시켜 더 크게 협력하는 것이 사피엔스 종의 힘이 폭발한 기점이었다.
개념들이 연결된 설계를 통해서 인간 군체는 기능들이 협력하는 구조가 되었고 그 결과 다수 협력이 가능해졌다. 사실 협력보단 부속물로 기능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어떤 부속물들은 착취를 당하는데 그들에게 협력이란 표현은 맞지 않을 테니까.
이는 인간성이 좋고 인맥이 좋다는 수준에서 개인들이 저 사람 마음에 드니 돕고 싶다는 친분과 개인적 신뢰로 이루어지는 협력이 아니라, 개념들로 만들어진 아키텍처 상에서 각 사람들이 배분 받은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협력이다.
(크리스탈 진동 시에 1씩 올라가는 카운터 숫자를 시간 개념으로 약속하고 그에 맞춰 각자 맡은 동작을 해서 인터페이스에 약속된 값을 주고 받는 프로그램들을 생각해보자. 역할을 기반으로 한 이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카운터의 값을 시간으로 다루기로 약속하는 개념으로 이루어진 아키텍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고나 가치 생성시에 카운터가 올라가는 돈이라는 개념도 클럭과 마찬가지로 약속에 의해서 사회 아키텍처 상의 개념으로서 협력에 사용된다.)

사피엔스가 픽션을 신봉할 수 있게 되어서 문명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상상력이 실제들의 위에 abstraction layer를 까는 효과를 내서 추상화된 개념을 다룰수 있게 된 것이 인지혁명이고
개념들을 가지고 현실에서 동작하는 구조를 만드는 기술공법을 만들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기술공법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강력해졌다는 뜻이다. 개미나 벌처럼 유전자에 새겨진 구조의 사회를 따르는 대신 추상적 개념으로 이루어진 공법을 따르며 그 공법을 발달시켜 갔다는 점이 차이의 핵심이다.
사회 구성의 패러다임에 대해 기술공법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정말로 기술공법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리적 체계를 세우는 방법인 건축 공법, 논리적 체계를 만드는 SW 공학의 공법, 반도체를 만드는 공법. 기능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공학기술적 방법처럼 인간 무리를 기능들이 협력하는 사회로 만드는 방법도 공법이다. '공법'은 '현재의 결과물을 만드는 가장 발전한 기술이나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며 기술은 계속 변화할 것'이라는 뜻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하라리가 말하는 '픽션'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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