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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비친 세상은 이런 모양새다.

인간의 세계관은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리고 형성된 가치관은 인간 사회의 구조가 '현재 어떠하다'는 인식과 '미래는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를 낳는다.
이렇게 가치관은 현재 인식과 미래 지향 사이에서 이념, 곧 '~주의(~ism)'를 형성한다.
인간이 만드는 사회 시스템도 세계관의 일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념은 세계관에 대한 인간의 피드백이 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류 역사에 걸쳐 뜯어고쳐온 방법론이 이념이다.

달리 말하면 ~주의(~ism)는 세상을 이해하는 이론이다.
세상이란 본래 어떤 것이며(세계관)
따라서 무엇이 옳고 그르며 무엇이 더 가치를 갖는지(가치관)
현재 인간 사회는 어느 부분이 가치관에 위배되는 틀린 상태이므로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사회 구조의 현상태 해석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이상향, 이를 합쳐서 시스템 지향)가 이념에 녹아있다.

세상에 대한 완벽한 이론은 아직 없었다.
완벽하지 못한 이론을 따르는 인간 사회는 언제나 오류를 누적했고
누적된 오류가 이론을 지속 불가능하게 하는 파국에 이르면
그 이론(이념)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이론이 발전해왔다.
왕이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던가, 규율로 다스려야 한다던가 하는
세부적으로 다양한 주의들을 내포하던 각종 왕정이 틀린 이론이 되어 무너졌다.
그리고 제국주의나 맑시즘, 수정맑시즘등도 역시 무너지며 틀린 이론으로 판명되었다.
현재 세계가 따르는 이론은 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카테고리하에 있는 이념들이다.

현재의 인간 사회에도 문제는 있다.
그럼 현재 세상이 따르고 있는 이론은 어떤 한계를 마주하고 있을까?
현재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에 대해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세부적으로 다양한 자본주의 중에서도 신자유주의에 해당한다.
세계적으로는 : 소련의 계획 경제가 망한 사건을 기점으로,
한국에서는 : IMF를 기점으로,
'정부는 시장에 관여하지 말고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자'는 이론이 '옳은 이론'의 위치를 지켜왔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 그 이론의 오류는 크게 누적된 상태다.
그 결과 내가 보는 현재 세상의 최대 이슈는 투자소득과 근로소득간의 형평성 문제다.
한마디로 재산이냐, 재주냐.

성공의 성과는 재산투자와 재주투입의 협동작품이고
이 성과에 누가 얼마만큼의 권리를 가져야 하느냐는 이념적 문제다.
어떤 분배가 정의로운지에 대하여 그동안 다양한 이론이 있어왔다.
아무 중재없이 내버려두자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투자자의 힘은 비대해지고
재주와 노동을 파는 사람들의 위상은 세월이 갈수록 더 추락하는 결과가 나오는 게 관찰되었다.
투자자, 즉 자본가의 역할을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에게 맡겨선 안된다는 이론이 나왔다.
개인은 재주와 노동을 투입하는 역할만을 맡고 자본을 투자하는 역할은 공공이 맡겠다는 이론이었다. 즉 공산주의다.
이론은 대단히 그럴듯했기 때문에 세계의 절반이 이 실험에 참여했으나
현실에 적용해봤더니 공산주의 계획경제는 효율이 낮아서 자생력이 없었다.

공공이 시장을 내버려둬도 안되고
시장을 장악해도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새로운 방안이 필요해진다.
현재는 이에 대한 방안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의 시기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한국에 국한해도 그렇다.
세계적으로는 2008년 이후로 이전까지의 이론대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내려졌고
한국에서는 이명박 정권까지가 그 이론을 따라왔다.
한국에도 정부가 국가 경제를 주도하여 재계에 명령을 하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벗어나자 정부가 시장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옳다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정부가 기업을 방임하면 안된다는 시기가 왔다.
이게 과거로 회귀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가 시장을 방임하지 않되 전과 달리 어떻게 관여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현재 내가 지지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다. (관련 키워드는 stockholder, stakeholder.)
내가 이해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는 다음과 같다.
기업은 투자자뿐 아니라 근로자, 고객, 공급자, 유관단체, 경영자가 상호 작용을 하면서 성과를 내는 자본주의의 중요한 경제 주체다.
그런데 현재 기업은 투자자의 눈치만을 살피는 주주중심주의로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은 투자자의 이익만 추구하게 되며
이는 성과 배분에 있어 투자소득이 근로소득에 우선시되는 현상을 가속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경영자로 하여금 주주의 눈치만을 살피게 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자리가 주주 입김에 걸린 지배구조하에서 경영자는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주주의 이익만을 대변할 수 밖에 없다.
경영자가 주주의 눈치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도 보게 되도록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자생력이다.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경영되는 기업이 주주중심주의로 경영되는 기업에 비하여 효율성을 갖고 자생력을 가져야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는 현실에 지속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기업의 성공은 이윤을 추구한 결과가 아니라 가치를 창조한 결과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강조된다.
기업이란 가치를 창조하는 일을 혼자하려니 힘이 부족해서 여럿이 모여서 하는 것이며,
기업의 여러 활동을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공통적으로 이익이 되는 부분은 가치를 창조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통 분모는 가치 창조이므로
이해관계자 전반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경영자는 그에 맞추어 활동을 하게 된다.
가치창조를 목적으로 경영되는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경영되는 기업의 틈에서 자생력을 갖을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이 이해관계자중심주의가 현실에 지속 가능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대답이 된다.

과연 이윤추구가 가치창조에 비해 더 유리할까?
목적은 그에 맞추어 수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익을 목적으로 한 빵집은 빵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익을 위하여 원가 절감하고 이상한 재료를 써서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게 되지만
가치를 목적으로 한 빵집은 맛있는 빵을 만들어 팔았을 뿐인데 그 결과로서 이익을 가져온다. *(1)
또, 전문 경영인의 경영은 오너 경영에 비해 더 전문적이고 유능함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가치 창조가 아닌 단기적 이윤 추구를 운영의 최고 목표로 삼게 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여왔다.
오너의 경영이 덜 전문적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이익에 덜 연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 장점을 부여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단, 기업의 활동에 대해선 오너 경영이 전문경영 보다 장점을 갖는다지만 성과 배분에 있어서는 주주 눈치를 살피는 경영자 보다도 더 강력하게 오너가 자기 이익을 챙기게 되어서 자본주의 모순 해결에는 대안이 안된다.)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는 '거대한 기업을 구축하고 이끄는 것은 항상 이해관계자를 위해 경영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기업이 동작하는데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 그룹중에서 오로지 한 그룹(투자자)만을 위해 경영해야 한다는 관념이 틀린 이론이라는 주의다.
이게 내가 이해한, 내가 지지하는 이념이다.
'기업은 이해관계자 중심주의에 의해 지배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하여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수정자본주의의 한 갈래이다.

현재 한국에서 이해관계자중심주의를 말하는 사람으로는 안철수가 있다.
이 이념은 안철수의 생각에 중요한 관념으로서 설명되었으며,
정책은 과정이기 때문에 공약집인 안철수의 약속에서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으나
재벌 대응 정책들이 특히 이 이념의 점진적인 접근을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통제 강화
- 집중투표제 의무화 : 소액주주들의 지지로 뽑힌 대표자가 기업 이사로 활동하여 기업 경영이 대주주의 눈치만을 보며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자체 견제 방안.
-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 역시 대주주에 대해 소액주주에 의한 기업내 자체 견제 방안.
즉 투자자 중에서도 오로지 대주주에 의해서 기업이 지배되는 구조에 대한 제동이며
주주중심주의에서 이해관계자중심주의로 이동하는 점진적 접근으로 읽힘.
-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 국가가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 그런데 그 국가의 수장이 이해관계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말하는 형태.)
그래서 나는 안철수를 지지한다.


*(1) 이 비유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다음처럼 된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해야한다'는 구조적 강제력을 받아서 만약 이를 거스른다면 경영자가 쫓겨나지만
'바람직한 이윤추구'나 '정당한 이윤추구', '장기적 이윤추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상이 나서 경영자가 내쫓기는 구조적 압력을 받지는 않는다.
기업이 구조적으로 이윤추구의 압력을 받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치창조'에 대해서 압력을 받게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해관계자 중심주의의 목적이다.
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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