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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동네가 있었어요.
길은 오르막에다 험하고, 쓰레기가 굴러서 냄새나며, 밤이면 쓰레기 더미를 파먹는 동물들이 울부짖어서 잠도 잘 수 없는 곳이었어요.
여느 날처럼 집 앞에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어머니에게 아이가 말했어요.
"우리 동네는 우리가 아껴줘야 하지 않아요?"
이 생각은 아이의 부모님을 통해 온 동네 주민들에게로 퍼져나갔어요.
"우리 동네는 우리가 가꿉시다"
거리를 청소하고, 쓰레기는 치우는 날짜를 정해서 버리고, 노상 방뇨를 하지 않고, 벽에는 예쁜 벽화를 그렸어요.
그렇게 모두가 매일 매일 열심히 노력하자 동네는 점점 살기 좋은 곳이 되었어요.
아이는 자기의 우리동네가 자랑스러웠어요.
아이의 우리동네는 더 이상 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동네가 아니었어요.
그 동네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집주인도 포기했던 집들이 가격이 올라갔고 몇몇은 비싸게 팔았대요.
그 집에 살기 위한 월세가 올라갔어요.
예전 동네 주민들은 더 이상 그곳에 살 수 없었어요.
아이도 그렇게 남의 집에서 쫓겨났답니다.

회사에 들어가 시키는 일만 하던 아저씨가 있었어요.
아저씨는 '내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고용되어 명령받은 남의 일 해주는 게 아닌 내 일, 내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아저씨는 가게를 차리고 열심히 일 했어요.
아저씨는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달려 나갔어요.
밤낮없이 일했지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 힘이 났어요.
말로 다 하기 어려운 노력을 쏟아 키운 가게를 아저씨는 내 생명과도 같다고 말하곤 했어요.
가게는 점점 번창했어요. 멀리서도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났어요.
가게세 재계약을 해야하는 시점이 왔어요.
건물주가 가게세를 다섯배로 올려달라고 했어요.
옆 건물주는 여덟배도 불렀다고 해요.
아저씨는 가게를 문닫고 나가야 하게 됐어요. 그래서 당연히 빚더미에 올랐지요.
아저씨는 자기가 그때까지 열심히 했던 일이 '내 일'이 아니라 남의 것을 대신 꾸며주는 남의 일을 한 것이었단 걸 알았답니다.

그 날도 학교에선 선생님이 병아리같은 아이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고 있었어요.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지 아니?"
"저 알아요. 공산주의는 일을 열심히 해도 모두가 똑같이 나눠갖으니까 모두가 게을러져서 망한거에요"
"참 잘했어요~ 내가 한 만큼 갖을 수 있으니까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것, 이런 걸 주인의식이라고 한단다.
주인의식이 없으면 망하게 되는 거에요. 다들 알았죠?" "네-"
그렇지만 자기 가게를 차리고 일하는 사람의 주인의식 조차도 자기 꾀에 자기가 속은 게 되는 지금
주인의식을 갖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몇명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주인의식을 갖도록 만드는 자본주의의 장점은 이젠 온데간데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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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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