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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썼던 웹툰 송곳 리뷰( http://longlive.tistory.com/m/post/599 )에서 강한 자에게 공격받았을 때 '기다리라'는 조언이 옳다고 썼습니다.
'뭘 기다리라는 거냐' 라는 반박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기다린다'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봅시다.

세상에 내 적과 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나보다 강한 그도 나만 팰 수 없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수많은 사람들을 계속 상대해야 합니다.
내 적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추려내서 하나씩 끝장내서 치워버리는 겁니다.
강자를 상대로 나도 공격하겠다고 한대 치면
적의 입장에선 주먹 같지도 않은 주먹 웃으며 한대 맞아주고 (13화에 상대방이 잽 맞을때 웃고 있죠?) 때려눕히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적의 관점에서 보면 수지 맞는 교환이죠. '타격 없는 잽 한대 맞아주고 확실한 적을 청소 및 실력 과시'

그런데 가드 올리고 기다리면 그는 나를 제거하지 않아요. 제거하지 않는게 아니라 제거하지 못해요.
왜냐면 그의 주위에 나같은 사람을 다 제거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제거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기다린다는 것은 첫째로 배경에 섞여들어 은신한다는 효과를 냅니다.

게다가 가드 올리고 버티면서 기다리고 있다 보면, 공격하려고 신경을 집중 할 때엔 '내 적'에게만 꽂혀있던 시선이 그 이외의 주위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됩니다.
주위 사람들의 역학관계가 보이면 그들을 움직일 여지가 생겨납니다.
즉 기다린다는 것은 둘째로 빠르게 냉정을 되찾고 시야를 넓게 가져서 배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파악한다는 효과를 갖습니다.

여러 사람의 힘을 움직이는 건 내 힘 1, 설령 세배 유능해서 3이라 쳐도 그걸 얹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강한 회사도 전투력 백만짜리 프리더 한명이 있어서 강한 게 아닙니다. 단독자의 힘이란게 사회적인 힘에 비하면 대단한 게 아니다 보니 강한 힘은 결국 단독자의 힘이 아니라 사회적인 힘입니다. 사회적인 힘이란 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안팍의 많은 힘이 이해관계가 잘 맞아 돌아갈 때 강한 힘으로 모이는 거기 때문에 틈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틈이 있는 내면을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나보다만 강하면 무한대로 강한 것'처럼 느껴져서 자포자기하고 '어떻게 해도 안된다면 그 별거 아닌 잽이라도 날리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솜주먹 날린 후에 그 웃으면서 맞아줄 잽을 두고 '굉장한 한방이었어'라고 부풀려 생각하게 되지만
나보다 강한 적도 무한대로 강한 건 아니고 다 빈틈이 있습니다.
허점이 진짜 하나도 없으면 그야말로 무한대로 강한거게요.

'기다린다'는 것은
1.배경에 섞여들어가서 타겟이 되는 것을 피하고
2.배경의 역학 관계를 파악해서
3. 배경의 힘을 이용해서 적을 쓰러트리기 위한 방법을 뜻합니다.
곰에 맞서 싸워 때려잡지는 못하는 사람도 배경의 나무 틈에 잘 숨고 주위의 산과 돌을 잘 파악해서 이용하면 곰을 잡을 수 있는 것 처럼 말이죠.
이때 3번을 위한 '기다리다'의 또다른 효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타이밍을 맞추는 건 항상 중요합니다.
타이밍을 맞춘다는 건 좋은 시점을 내가 선택한다는 건데, 이것에 유리해지기 위한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순발력을 개발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빠른 쪽으로 확장하는 겁니다.
순발력이 있어서 0.1초부터 선택권이 시작되는 사람은 순발력이 별로라서 5초부터 선택권이 시작되는 사람보다 유리하지요.
또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기다려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느린 쪽으로 확장하는 겁니다. 안좋은 타이밍에 솜주먹을 날리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타이밍을 잡을 수 있고, 순발력 차이로 확보할 수 있는게 몇 초인데 비해서 훨씬 더 넓은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다린다는 건 셋째로 좋은 타이밍을 잡는다는 효과를 갖습니다.

처음엔 은신하는 것에도 서툴러서 배경으로 피신하기까지 긴 시간 공격받을 겁니다.
냉정을 되찾고 주위를 파악하는 능력도 미숙해서 잘 되지 않을 것이고
좋은 타이밍을 잡는 능력도 미숙해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배경에 은신하는 능력이 발달할수록 적에게 공격받는 시간은 잠깐으로 짧아집니다.
주위 배경의 역학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개발되면 개발될수록
또 좋은 타이밍을 잡는 능력이 개발되면 될수록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타이밍을 잡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기다리는 것은 단지 수동적으로 굴복하는 것을 미화하는 말이 아닙니다. 무턱대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적의 레이더에서 벗어나고, 냉정을 되찾아 시야를 넓게 갖고, 좋은 타이밍을 잡기 위해 기다리는 겁니다.
기다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기는 방법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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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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