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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12월3일에 쓴 건데 여기에 백업해 두는 것은 깜빡했다.
가치를 만든다는 것을 생활의 기조로 삼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

나는 안철수에게서 행동의 대원칙을 배운다.
그는 행동에 있어 '(성공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가치창조를 목표로 한다'라는 원칙이 몸에 배어 있다.
큰결정부터 상당히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이 행동 원칙이 체화되어 있음을 관찰할 때 그것이 가장 존경스럽다.

현실에서 선택은 객관식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일상적인 당면 과제들은 '길에서 주운 돈을 가질 것인가 말것인가' 같은 객관식 문제가 아니다.
'돈벌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생각한다고 쳐도 '이게 최선인가'에 대해 객관식이나 단답식이 아닌 수많은 열린 가능성이 나타난다.
'돈벌기'보다 포괄적인 기준을 적용해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해보면 이건 더 열린 가능성 위에 적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치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의 경우엔 그보다 더 열린 가능성 위에 적힌다.
그래서 미숙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할까?
행동의 선택은 아주 사소한 지점에서부터 이루어진다.
나태하거나 놀이를 탐하는 것보단 열심히 하는 게 가치를 만드는 행동이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고 아무거나 행동 과잉이 되어서도 안된다.
이순간 내 행동이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이행동이 최선이 맞으며
내가 지금 정말 전력을 다하고 있는가.
현실을 등지지 않고 세속 안에서의 삶을 제대로 살고자 하면 거치게 되는 질문이다.
그대답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아는 것이 효과를 내려면 실행을 해야 하는데
실행을 위해선 체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숙한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른 그는 '3개월 정도의 단기 로드맵을 잡고 실천해 나가라'는 등의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처음부터 완벽했다는 듯이 꾸며지지 않은, 미숙한 시기를 거쳐서 올라간 사람의 궤적을
동시대에 본다는 건 대단한 도움이 된다.

안철수에 대한 비하성 별명이 간본다고 간철수다.
그별명에 대해 안이 한 얘기는 '간 본다는 건 성공을 목표로 한다는 것인데 자신은 결정을 할 때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였다. 이 말은 사실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고 안철수는 여전히 간철수로 찍힌 상태다.
그가 정말 말하고 싶어한 얘기는 자기의 신중함은 성공을 노리기 위한 신중함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기 위한 신중함이라는 얘기였다.

어떤 사람은 안의 행동을 굉장히 전략적 전후관계를 가지고 해석하기도 한다.
당선 확실시되는 시장직을 양보하는 것도 전략적이며,
그간의 모든 행보나 심하게는 지금의 사퇴 역시 출마 시점부터 계획된 일이었다는 해석을 하기까지도 한다. (만화를 너무
본 것 같은데...)
이런 해석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단지 자기의 대원칙을 신뢰하고 오로지 그 기준에 집중하여 행동할 뿐이며
결과가 전략적 최선이었던 것처럼 나타나는 건 '사람의 할 일을 다한 후엔 하늘이 일을 올바르게 이끈다'는 말처럼 그저 '가치를 만든다'는 행동 원칙이 인간사 전반에 의미있는 행동 기준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면
그들은 전혀 믿지 않겠지.

나는 안철수를 존경한다.
만성적인 정치 불신은 위정자를 존경하는 것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아마 향후 5년간 안철수를 향해 대대적인 흑색선전이 있을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헛소리에서부터 교묘한 매도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비방꾼들이 움직일 것이다.
그효과가 나타난다면 여론은 출렁일 것이고,
정치가를 존경한다는 말은 어리석은 소리로 들릴 것이다.

승리의 약속은 언제나 허망하며 안의 끝이 어떠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정치9단의 술책보다 더 효과적인 정도(正道)를 믿는다.
그리고 그 정도를 어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희망을 얻는다.
내게 안철수는 올바른 삶의 자세에 대한 선행자료다.
내가 안철수를 존경하는 이유다.

대원칙에 기반한 삶이 현시대에 통용되는 것을 보고 싶다.
일 다 지나간 후 살아남은 사람이 존경받는 기록을 통해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를 통해서 보고 싶다.
내가 안을 지지하는 이유다.

=====

가치추구를 경제이념에 적용하면 이해관계자중심주의가 나온다.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는 '주주 중심주의는 회사의 이윤을 목표로 하게 되지만
이해관계자 공통의 이익에 따라 회사를 경영하게 되면
기업이 이윤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럼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 중요한데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배부른 여유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성공을 추구하는 것을 이기고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셀리그만 책의 표현을 따르자면 서로 힘을 모아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윈윈게임이고
경쟁자를 누르고 성공을 추구하는 것은 제로섬게임이므로 자연선택/문화적선택에 의해 윈윈게임이 제로섬게임을 누르고 결국 승리한다는 의미다.)
내게 안철수는 내가 지지하는 이념인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를 주장하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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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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