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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관계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해준 조언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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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기억을 지배합니다. 

지금은 사소하지만 짜증나는 일의 목록을 적으셨잖아요,
그 사람이 잘해준 일들의 목록을 작성해보세요.
그걸 계속 늘려가세요.
얼마 안가서 '(짜증난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에이 그래도 이만한 사람이 또 어디있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겁니다.

여기에 '이 사람은 어떤 면이 훌륭한가'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바로 자랑할 수 있도록
자랑이라고 해서 과장하지말고 100% 사실에 기반해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외워버리십쇼.
외우기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그 사람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도 같이 올라갑니다.
분석하면서 뿌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음.
님이 누구고 누구를 상대하든 반드시 효과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주관적으로 나한테 잘해준 경험 누적이고
두번째 방법은 객관적으로 훌륭한 점을 이해하는 건데
둘 다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단점을 분석하여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일은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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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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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 난 아이가 성장 발달을 빠르게 하기 보다는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가령 말을 일찍 배우기 보다는 다 자란 후에 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말이든 생각이든 공부든 운동이든 꾸준히 쌓아갈 수 있는 사람이려면 뭐가 필요할까?

1. 목적지보다 가치를 쌓아가는 과정에 대한 즐거움

2. 끈기 


그러기 위해 가르칠 것들 : 

1. 아이가 스스로 과정을 구상하고 만들게 하고 그것을 지켜보고 자랑하게 하고 칭찬한다.

성공에 목표를 두지 말고 가치를 쌓는데에 목표를 둔다는 것과 상통한다.

과정을 괴로움으로 여겨선 꾸준하기 어렵다.

훌륭한 과정에 대한 즐거움과 자긍심을 알게 하기 위해 성과보다도 과정에 대해서 칭찬하기. 

목적지보다 과정의 가치를 즐겁게 여긴다는 건 뜬구름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게임에 있어서도 치트키처럼 싱거운 승리보다는 스스로 만든 전략과 주도권을 이용하여 어렵게 이루는 승리의 재미가 훨씬 크다. 이때의 재미는 '최선의 과정(혹은 최적의 메소드)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이다. 아이에게도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스스로 과정을 구상하고 만들게 하고 그것을 지켜보고 자랑하게 하고 칭찬한다. 

빠른 성과를 보고 싶어서 최적의 과정을 알려주고 잔소리하면 망한다.


2, 끈기는 두가지 측면을 갖는다. 

- 괴로움을 견디는 인내력 : 일관된 룰을 지키는 훈련하기.

- 숨겨진 즐거움을 찾아내는 능력 : 반복 숙달에서 향상된 부분을 칭찬하기. 

인내력을 위해선 일관된 룰을 지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 바깥에 존재하는 비인격적 룰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기 위해 일관된 룰을 세우고 아이가 짜증낸다고 끌려가지 않는다. 룰은 부모도 지켜야 하는 것이므로 약속한 것은 지키도록 한다. 룰을 세울 때엔 현실을 감안한 룰을 세운다. 부모는 완벽한 신이 아니며 감정을 포함한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 이 유한성을 감안하여 룰을 세운다. 무리하지 말 것.

숨겨진 즐거움을 찾아내는 능력을 위해서는 익숙한 것을 반복하고 파고드는 데에 지루함보다도 미묘한 차이의 성과를 알아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전보다 이 부분을 더 잘했네!' 라고 칭찬하기. 

이 부분은 위빠사나의 요지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위빠사나 식의 관찰력을 키워주는 놀이를 마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크게 유용할 것이다. 난 창의력 마저도 관찰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즐거움에 대해 칭찬하고 보상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삼았는데 
떼쓰는 거 보고 있으면 자란다고 내 말 잘들을 것 같지 않다. 목표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칭찬하는 방법이 잘 먹힐지 시험해봐야 알 듯.


쓰고 보니 결국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아이가 행하면 내가 절로 칭찬을 하게 되는 형식으로 돌아갈 것 같다.

내가 과정의 훌륭함 여부를 궁금해하면 그걸 칭찬하게 되고

내가 일관된 룰을 지키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면 그걸 칭찬하게 되고

내가 반복 숙달하여 이전보다 나아지는 모습을 궁금해하면 그걸 물어보고 또는 알려주고 칭찬하게 되고.

내가 중요시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가며 적용할만큼 아이 돌보기 여유롭지 않을 테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최적의 메소드를 만들기 위해 반복 숙달하면서 중간 성과를 확인하는 것으로 뭉뚱그려진다.

초월적 가치 추구의 자세 역시도 이와 방향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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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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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감정 맞추려면 어려서 결혼해라. 조건 맞추려면 나이차서 결혼해라. 
여자라면, 감정 맞추려면 어려서 결혼해라. 조건 맞추려면 어려서 결혼해라.' ...흔한 얘기다.
그리고 저 흔한 충고는 '어려서부터 남자 잡으려고 하는 어린 아가씨들'이 되라고 결론 짓는다.

나는 그런 어린 아가씨들을 몇 알고 있다.
어려서부터 결혼할 남자를 잡을 궁리를 하며 계산기를 퉁기는 어린 아가씨들이 바람직하냐 하면 난 절대 반대다. 
그건 농락당하는 지름길이다.
어린 여자가 안정성에 방점을 찍고 계산기를 굴릴때 만나게 될 남자에게 있어서
그 '어린 여자'라는 건, 오락실의 즐거운 시간 같은 것이다.

25살쯤 해서 '난 일찌감치 결혼할 남자를 골라야겠어'라고 생각한 어린 아가씨들은 
흔히 남자의 나이를 포기한다.
그건 상대 남자가 나이 좀 있어야 일찌감치 결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자의 가능성이 현실에 실현된 안정성이 그녀가 추구하는 결혼의 안정성에 부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나이든 남친의 마음은 여자의 마음과 같지는 않다. 

꼭 나이 차이 때문 만은 아니다.
어려서 적당히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 모든 것은 행복하다-
그러나 자기 인생에 중대사를 결정할 안목을 어려서부터 갖추지 못하니까 어려운거다.
애초에 선택지가 잘못되어 있다.
즐거움에 중점을 둔 '화려한 싱글 라이프'와 (방탕이냐)
그 대안으로 저 충고가 제시한 '결혼 후 안정성에 중점을 둬서 계산하는 인생'이라면 (속물이냐)
그 두가지 선택지중에 골라봤자 과정은 달라도 끝에 가서 혼자 울고 있는 결과는 같다. 
좋은 시절 단물 빨리고 울고 있느냐 
단물 말리고 울고 있느냐 정도 차이나 날까.

진짜 대안은 좀 더 근본적이다. 이 대답은 모든 인생의 문제에 적용되곤 한다.
나는 '성공에 목표를 두지 말고 가치를 만들어라'라는 말을 좋아한다. 
남자를 잡는 데에 목표를 두지 말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목표를 둬라.

이런 질문을 던져라.
'무엇이 이상적인 관계인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그 관계에 이르도록 협동할 수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반드시 실습을 통해 생각하라.
실제란 막연히 잘 모를 때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상에도 대상에도 여러차례 변경이 온다. 
'불타는 사랑'이 지금 네가 꿈꾸는 이상적인 관계라면 그걸로 시작해도 좋다. 하지만 그곳에 도달했을 때 더 멀리에 뭔가가 보인다면 이상은 바뀐다.
그 변경을 겪으며 무엇이 이상적인 관계인지를 알아내도록 해라.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와 (역시 실습을 통해 생각하는 게 좋다. 사람이 바뀌기 어렵다지만 내가 목적지를 알고 길을 안다면 아주 부드럽게 사람이 바뀌기도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필요한지를 알아내라. 
올바른 안목은 그때야 생긴다.
이 과정은 '화려한 싱글 라이프'의 즐거움을 목표로 한 행동과는 다르다.
또 '결혼하기 좋은 남자를 잡기 위해' 궁리하는 것과도 다르다.

이것은 '어려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나?', 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이다. 
일찌감치 즐거움을 누리도록 애써야 하나?
혹은 일찌감치 결혼할 신랑감을 고를 궁리해가며 계산을 해야 하나? 
이 둘 사이에서 고민했다면 둘 다 아니다. 
방탕의 반대가 속물이 되는 게 아니다. 돈으로 치면 사치를 피하려고 돈벌레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이 가치있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일찌감치 저 세가지 질문을 던져라. 
'무조건 사랑을 받는 관계'를 꿈꾸는 대신 실제로 무엇이 이상적인 관계인지를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열쇠는 쥔 셈이다. 직접 찾아가는 과정에서 뭐가 허상이었고 뭐가 실제인지 알게 된다.
'무작정 이러쿵 저러쿵 잘난 사람'을 찾는 대신 '어떤 사람을 만나야 이상적 관계에 이를만한가?'를 생각한다면 역시 열쇠는 쥔 셈이고
'이쁘고 잘생겨야지' 생각하는 대신 내가 정말 갖춰야 하는 게 뭔지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답의 형태는 사실 알려줘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알려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의사소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관계 형성'을 하는 데에 목표를 뒀다.
내가 가본 곳 보다 더 멀리 가게 되면 무엇을 보고 왔는지 알려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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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가치 있는지 스스로 알아가기 시작한 다음에야, 내가 얻은 결론을 참조할 수 있다. (투자에 있어서도 무엇이 가치있는지 스스로 알아가기 전에 '이 종목'이라는 결론을 얻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얻은 결론으로는 타이밍도 잡지 못하고 바른 경험을 얻어갈 수도 없다.)
내가 얻은 결론에 대해서 이 글은 다음 링크들로 이어진다.
내 '무엇이 가치있는 관계인가에 대한 이상'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고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딸이 어떤 남자 만날까 생각할 나이가 될 때 쯤에 
연애사 같은 것들은 다 잊어버려서 뭐라 해야할지 모르게 되지 않도록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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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장염으로 맘마 잘 못 먹었던 우리 아기를 위해 맛있는 거 많이 나오는 이야기를 읽어주려고 한다.
책 읽기는 힘든 일이니 지금부터 읽어주면서 녹음해서 립싱크 할 자료를 많이 쌓아둬야지.
맛있는 음식 얘기가 많이 나오는 책이 뭐가 있을까? 

꼬마 삼보 이야기
단추스프 (디즈니 명작 동화)
난 토마토 절대 안먹어
내가 다 먹을거야
폭풍의 식탁보 (? 펼치면 음식이 차려지는 마법의 식탁보)
왕도둑 호첸플로츠 시리즈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피터 래빗 이야기
호호아줌마 원작인 찻숟가락 아주머니
소공녀
초원의 집 시리즈
사과나무 밑의 우주선

애들은 그저 맘마와 까까가 최고고 엄마는 맘마 아빠는 까까다. 
맛있는 이미지를 많이 들려줘야겠다.
특히 채소가 맛있게 나오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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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키우려면 아직 멀었지만 
따님들은 어떤 것들을 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기억하는지 조사해서 
딸이 좋아할듯한 같이 놀아줄 거리들을 정리했음.
정리하면서 느낀 것
1. 아빠는 힘 : 운동 해야 할 듯. 네살배기 조카도 한번 안아주니까 손맛을 알아서 내려오지를 않으려고 하는 바람에 힘들어 죽겠던데.
2. 까까 최고 : 아이들은 먹는 것에 추억이 서리는 듯.

- 아빠는 힘 -
무등
팔에 매달리게 하기
발등에 올라가게 해서 걸어다니기
소파에 앉아서 발등에 앉히고 시소 태워주기
매달고 물놀이
수영장 튜브, 썰매장 썰매 끌어주기
자전거 뒤에 아빠 허리 잡으라고 하고 태우고 같이 노래 부르기
거리에서 손잡고 흔들고 다니기

- 가르치기 -
매일 매일 색칠놀이 : 신문 만화 같은 각종 그림에 같이 색칠하기
노래 가르쳐주기, 같이 노래 부르기
공부법 가르쳐주기
같이 도서관 가서 책보기

- 운동시키기 -
매일 자기 전에 윗몸 일으키기 잡아주기
매일 아침에 깨울 때 키 크라고 팔다리 쭉쭉 늘려주기
주말 운동 코칭하기
등산
배드민턴
축구
달리기
연날리기
놀이터 가서 놀아주기
자전거 가르치기

- 재워주기 - 
자기 전에 이야기 해주기 - 아빠 어렸을 적 이야기. 디즈니 동화책 읽어주기. 자작 동화
자장가 불러주기

- 보살피기 - 
쌀쌀할 때 아빠 옷 걸쳐주기
추울 때 잠바 안에 쏙 집어 넣고 안아주기
삐진 딸 달래는 노래 부르기
엄마한테 혼나서 울 때 위로의 까까
엄마한테 회초리 맞아서 멍든 데 약 발라주기
넘어져서 무릎 까졌을 때 빨간 약 발라주기
퇴근해서 올 때 먹을 거 사오기
주말에 아빠가 만든 수제 햄버거, 라면

- 딸로서 키우기 - 
어릴 때 화장 해보고 싶어할 때 화장품 칠해주기
목걸이 사주기
머리 묶어주기
머리 감겨주고 말리고 땋아주기
무릎 위에 앉히고 손톱 깎아주기
공부할 때 뽀뽀해주기

- 이벤트성 -
글짓기 대회 같이 가서 함께 점심 먹기
걸 스카우트 캠핑 배낭 싸주기
새학기 교과서 표지에 비닐 커버 씌우기 (이런 건 필요없지 않나 싶은 내 생각에 비해 딸들이 특히 기억에 남아 하는 이벤트인듯)

- 애정 표현 - 
전화 끊을 때 우리 딸 사랑한다고 해주기
남들한테 자랑스러운 딸로 여긴다는 걸 보여주기
태어난 날에 대해 편지쓰기
돌날에 시쓰기
고3 위로 편지써주기

+ 딸 입장에선 아빠가 딸 본인한테 못한 건 잊혀져도 엄마한테 못한 건 잊혀지지 않는다. 



여기에 추천해 줄 책 영화 노래 목록을 더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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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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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감정과 연계되어있다.
경험한 일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경험한 모든 일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어떤 일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오감의 느낌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반면 
어떤 일은 방금 전에 내가 겪은 일인데도 전해들은 일처럼 막연하게만 떠오른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과 남의 일처럼 막연하게 기억나는 일의 차이가 뭘까?
당시의 감정 상태를 지금도 느낀다면 그 감정을 매개로 해서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자아동일성과 관계있는 문제다. 
보통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동일한 존재임을 전제하고 차이를 찾는 쪽으로 생각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생각해보는 편이 설명이 쉽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와 기억과 인과를 공유하지만 엄밀히 다른 존재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반드시 차이를 갖으므로 기본적으로 다른 존재인데
감정의 연속성은 이 다른 존재들간의 동일성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내가 과거 어느 사건을 싫어했고 현재도 그 사건을 싫어하고 있다면 
싫어하는 나라는 측면에서 자아동일성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 이론적인 설명은 실재로 기억의 선명함으로 나타난다.

아픔을 극복한 사람이란 
자기 아픔을 상대로 투쟁해서 이기고 올라선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아픈 경험에 맺힌 감정이 없는 사람이다.
맺힌 감정이 없을 때 자아동일성은 깨진다. 
그리고 그 효과는 기억에 있어서도 나타난다. 
맺힌 감정이 없어지고 나면 내 일이었던 그 생생한 경험이 
마치 남의 일을 전해들은 것처럼 흐려진다.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아픔은 신체적 약점일수도 있고 불우한 성장 배경일수도 있다. 

그런데 고난이 지나간 후에 그 충격을 흉터로 남기고 묻어둔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때의 충격과 감정을 그대로 안고 그 충격에 대항해 싸워서 '극복'하려는 자세를 갖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나는 키가 작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 키를 커버해보이겠어'
'나에게 다정하지않고 폭력적이었던 쓰레기같은 부모의 영향을 벗어나 보이기 위해 공부할거야.' 
(이상의 예시들은 이 글을 작성한 당시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이야기들이다. 우리 부모님이 이 글을 보실 일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부모님의 자식이 한순간이라도 저런 생각을 했다고 오해하시는 일이 있으면 안되므로 밝혀둔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극복이 아니다. 자아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 나이가 들고 비싼 옷을 걸쳐도 겉을 꾸미는 것이 될 뿐 본질은 양지를 부러워하던 그 시절의 어린 아이 그대로 바뀌지 않는다. 
진짜 극복은 현상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온다.
'나는 키가 작지만, 그래도 돈을 많이 버니까 키 큰 사람을 이겨'가 아니라
'내 키 : 평균보다 작은 편.' -> 그리고 아무 생각 안난다.
객관적 사실만 남고 엮인 감정이 사라지고 나면 그와 연계된 기억도 남의 일을 전해들은 것처럼 흐려진다. 
기독교에서 '원수를 용서함으로써 치유를 얻는' 형태는 이것과 매우 닮아 있다. (불교식으론 12연기의 애-취를 끊어서 업으로 이어지는 인과를 단절하는 것일듯)
현재의 내가 원수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는다면 자아동일성이 깨진다.
그리고나면 원수가 내게 입힌 과거의 상처가 잊혀진다.
원수같은 부모에게 받은 가정교육의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아무리 재교육해도 
그 부모의 영향을 이겨내려 하는 한은 
싫어하는 모습에 민감해져서
결국 아무 타인에게서나 자기가 원수로 여기는 부모의 모습, 가령 위선을 느끼게 되고, 혹은 폭력성을 보게 되며, 인생 유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자아동일성이 유지되는 한 기억은 수십년이 지나도 오감 한자락까지 생생하게 떠오르고 고통은 지속되며 결과적으로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가장 중요한 극복은 과거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과거를 바꾸고 싶다'라는 마음을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로 인정하고
당시의 감정을 놓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유다.
감정이 바뀌면 자아동일성이 깨져서 문자 그대로 남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 여기서 중요한 건 감정이 바뀌면 자아동일성이 깨지면서 생생하던 기억이 흐려진다는 현상임에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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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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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부모를 기준으로 성장한다.

나를 베낀 아이를 키우게 된다는 건 오묘하다.

내가 윽박지르기 잘하고 우기는 스타일이면 자식이 윽박지르기 잘하고 우기는 스타일로 자란다.
나이든 나는 윽박지르기 잘하는 자라나는 자식을 상대로 억지 우김을 당하는 꼴을 당하거나
혹은 더 세게 윽박질러 자식조차도 이기거나 하게 된다.
더 세게 윽박질러 자식을 찍어눌러 버리면 내 분신인 내 자식이 찍어눌린 상처받은 아이로 자라게 된다.
이겨도 지고 져도 진다. 

내 비틀린 구석을 내가 인정 안하면 내 자식이 비틀린 구석을 베껴서 자란다.
자식이 내 비틀림을 극복해 버리면 자식이 나를 등진다.
자식 조차도 내 비틀린 구석이 옳은 거라고 승복시켜 버리면 (가령 속물성을 완전히 전수시켜 버리면)
자식이 비틀린 사람이 되어 나랑 똑같이 비틀린 작자를 결혼하겠다고 데려온다. 
이겨도 지고 져도 진다.

자식은 말로 속일 수 없는 거울, 혹은 고집으로 눈가릴 수 없는 부메랑 같다.
내가 틀렸다면, 말로 속여도, 고집으로 우겨도, 어리석어서 자기가 잘못임을 모르는 경우까지도,
내 가치관의 비틀림을 그대로 승계한 자식을 낳아 
타인이면서도 자신과 같은 '자식'이라는 입장에 그 비틀림을 둔 채로 평생을 겪음으로서 업보를 치뤄야 하는 관계가 된다.

내가 옳다면 백만명이 우겨도 내 옳음이 자식에게 나타난다.
내가 틀리다면 백만명을 속여도 그 틀림을 물려받은 자식과 부대껴야 한다.
사람이 자식을 낳아 키운다는 건 오묘하다.
업보라는 의미에서.

+ 이것은 보편적으로 적용될 회의감이며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이 안도를 얻었다.
자식은 나의 업보이고 거울이지만
배우자는 자식에 앞서 만나게 되는 나의 업보이자 거울이다.
또한 자식에게 있어서는 나 이외에 참조하게 될 또 한명의 1차 레퍼런스다.
나의 거울이라는 면에서나 
자식이 보고 배울 사람이라는 면에서나 
우리 아이는 우리 부인을 닮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심이다. 

내가 안도를 얻은 방식은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으로도 참조할 여지가 있다. 
누구나 아이를 얻기 전에 배우자를 얻고
그 배우자는 자기의 성품,행동,선택,지혜와 무지를 반영하는 업보이자 거울이니까.
다만 이 개인적 안도를 다른 사람의 경우에 적용하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불우한 성장 배경은 악조건이긴 하지만 악조건을 극복하고 훌륭한 자식이 자라나는 일도 왕왕 있다.
자식이 부모의 거울이라는건 부모입장에서 반성할 때에나 의미있는 말이며 
부모가 훌륭치 못하니 거울인 그 자식도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명백히 틀리다.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그의 거울이라는 것 역시 자기 반성할 때 의미있는 말임을 오인해서는 안된다. 
각자 괜찮은 사람 둘이 만나서도 이별은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며
요즘 이혼부부 드물지 않은 판에, 이혼을 낙인으로 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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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내가 안철수에게 바라는 가장 큰 것은 '기업의 주주 중심주의를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바꾸도록 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하는데에 정부가 관여할 것이다'라는 부분이고
그 다음으로 바라는 것은 '강소기업 지원 정책'이다.
자본주의에서 생산활동의 주체인 기업의 주주 중심주의를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바꾸도록 할 것이라는 말은 
투자vs근로, 재산vs재주의 협력 구조에서 재산 쪽으로 치우친 균형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다.
강소기업 육성으로 작은 기업에 고급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대기업이 고용 독점으로 피고용인을 스펙 경쟁시키는 구조를 바꿔서 역시 투자vs근로, 재산vs재주의 협력 구조에서 재산 쪽으로 치우친 균형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다.
나는 이것이 현재의 시스템 버그를 해결하는 근본 해법이라고 생각하며
오직 안철수만이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론이 안철수를 대선에 이를 정도로 강하게 호출한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죽도록 노력해도 물려받은 거 없으면 새경 몇 푼 못받는 하인이 되는구나. 세상 정말 좆같지 않냐?'라고 한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안철수는 그에 대한 가장 분명한 해법을 얘기해왔다.)

정당이 국민의 눈치보다 계파 리더의 눈치를 살피는 공고한 권력 담합 기구가 된 현시점에서 
오로지 국민의 지지로 대선 출마에 도달한 안철수의 지지율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안철수는 존재 자체로 정당들에 대한 경고가 된다. 

안철수의 대선 출마를 적극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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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인 것을 풀고 상상을 펼쳐보자.


예전에 양자역학 확률함수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상상을 했다.
운동의 결과가 확률로 기술된다면, 우연은 의지가 작용할 수 있는 틈새가 되지 않을까?
의지라 함은 신의 의지, 혹은 상위자아의 의지일 수도 있고 또한 그 하위자아인 개체의 자유의지 까지도 의미하기로 한다.

사실 '검출되지 않으나 확률 함수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 의지'의 존재는 운동을 기술하기 위해 필요가 없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틈새가 없이는 자유의지도 존재할 틈이 없다.
인간이 '유기물로 만든 컴퓨터'가 아니라 정말로 '생각'을 하는 존재이려면 어떤 식으로 작용하든 간에 이런 틈새가 필요하다.

random event generator(REG)를 이용하여 생각이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펴본 두 가지 실험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이 링크의 실험이다.
http://www.princeton.edu/~pear/experiments.html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or -1을 내놓는 일종의 동전 던지기를 구현한 후, 다수 번 반복 구동하면 결과의 총합은 0 근처에 머무른다.
이 상태에서 사람이 입회하여 '+1 나와라'고 의념하는 경우를 다수명 다수회 실험하고
반대로 '-1 나와라'고 의념하는 경우를 다수명 다수회 실험했더니
이 그래프와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http://www.princeton.edu/~pear/images/single-operator-graph.jpg

다른 하나는 웹에서 찾지 못했는데 다음 내용이었다.
난수발생기로 무작위 방향으로 돌아다니게 하는 로봇을 만들어서 갓 태어난 병아리들에게 엄마로 인식하게 한 후
실험군으로 병아리들을 실험장 한쪽 바깥에 위치 시키고 사각 실험장에 로봇을 돌아다니게 한다.
대조군으로는 병아리가 없는 상태에서 로봇을 돌아다니게 한다.
병아리는 엄마로 인식한 로봇이 병아리 쪽에 가깝게 있기를 원할 것이다.
의지의 차이를 비교해본 결과, 병아리가 없을 때에는 로봇이 실험장 전영역을 돌아다녔지만 병아리가 있을 때에는 병아리 쪽에 치우치는 결과를 보였다는 이야기. 이 실험의 후속으로, 병아리는 어두운 것을 극도로 싫어하므로 암실에서 로봇에만 광원을 달아서 실험해도 병아리가 로봇이 가까이 오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에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실험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 더 간단하게는 그냥 농담 같은 사기일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정말 저런 결과가 나와도 그 관찰은 무시된다.
기존 패러다임이 안정적인 정상과학의 시기에 머무르는 동안에,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그 현상은 무시된다. 또한 그 현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설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구 패러다임은 모순이 있다 해도 폐기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의지가 우연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발견된다 해도 그 관찰 결과는 농담 수준을 벗어나는 취급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상상을 자유롭게 해서 저 실험이 사실이라고 치고 생각해보자.
두번째 실험에서 병아리는 로봇의 구동 원리를 모른다. 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부 구조를 알 수 없다. 단지 '결과로서 로봇이 가까이 있는 상태'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앞의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저 '동전던지기'의 원리를 알지 못한다. '+1 나와라'고 의념했다는 건 그저 그런 결과를 바랬다는 것 뿐이다.
바램이 우연에 작용하여 의지한 결과에 가까운 값이 나오도록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두번째 실험을 감안하면, 그것도 사람이 아닌 어린 병아리 정도로서도 뭔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효하게.

우연에 의지가 작용할까?
그런 것은 없고 사람은 생각을 하는 척 하고 있을 뿐인 유기질 컴퓨터일까?



저 실험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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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가 인식한 정치세계의 구조다. 물론 나는 정치인이 아니고, 현실정치에 대한 내 인식이래봐야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제로 깔고 시작하겠다. 

정당 혹은 계파는 선출직 수를 가지고 임명직 교섭을 한다.
'우리 계파에 임명직의 권한 있는 자리를 주면 우리 의원이 국회에서 네 편이 되어 주겠다. 안주면 우리는 힘을 모아 반대할 것이다'라고.
그래서 정당 혹은 계파는 국회의원 수 만큼의 협상력을 가지고 협상해서 받아낸 권한 있는 자리의 힘으로 권력을 누린다.

이건 정당 정치가 갖고 있는 권력 카르텔의 면모다. 
국민은 길게 기억하지 못할 일을 정당/계파의 리더는 길게 기억한다. 
국민의 지지는 다음 투표 때에나 발휘되는 미래 권력이며 그 기억력은 길지 않다.
계파 리더는 협상으로 얻어낸 자리를 조직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며 제공하는 인사권자가 된다. 
조직 구성원은 정당 계파의 지지와 자기 역량을 합쳐 국민의 표를 끌어모아 선출직을 창출하고, 계파 리더는 선출직을 모아서 협상을 통해 임명직을 얻어낸다.

문제는 권력 조직이 유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때 나타난다.
권력 조직 자체가 창출해내는 표로도 임명직을 얻어낼 협상력이 충분하여
국민의 눈치보다 조직 리더의 눈치가 무서운 막강한 권력 조직은 
조직 구성원들이 권력 카르텔의 논리에 충실하게 되고 
그 결과는 그들이 눈치보지 않는 국민을 국가에서 소외 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소외된 국민이란 노예나 다를 바 없다.

진보라고 절대선이 아니고, 보수라고 절대악이 아니다. 
'보수진영'이라는 권력 조직이 악이 아니고, '진보진영'이라는 권력 조직이 선이 아니다. 
권력 조직이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을 때 그 권력 카르텔이 악이다.     

그럼 유권자가 할 일은 뭔가?
조직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한다. 그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을 보고 뽑아야 한다. 
총선에 있어서도 유권자가 정당을 보고 뽑을 때 정당은 국민 눈치를 안 보게 되고 
권력 카르텔의 지위는 더욱 굳건해진다.
권력 조직을 보고 투표 하는 건 권력 카르텔에 투표하는 거다. 그럼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진다.
각 사람을 보고 뽑을 때 권력 카르텔은 약화된다.
정당이 안하무인이라 느껴지면, 마치 당이란 게 없는 것처럼 사람을 보고 투표하라. 
(무슨 의미냐 싶으면 
지난 총선때 민주당 후보 이력이 한나라당 후보 이력 같고 
한나라당 후보 이력이 민주당 후보 이력 같다고 느꼈던 사람 손들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이건 국민이 정당에게 원하는 건 권력 카르텔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당이 국민 눈치를 보게 되면 안 풀릴 일이 별로 없다.

박근혜는 권력 카르텔 구조를 잘 다루는 것을 장점으로 하는 인물이다. 
조직내 상벌이 확실하고, 밖으로 드러나는 경영 방향성이 없다고 비판받을 정도로 '조직의 최대 이윤 그 자체'를 추구하는 리더다. 
물려받은 입지도 이렇고 철학도 이렇고 능력도 이걸 잘한다.
그에 대응하여 안철수의 운영은 정반대다. 
안정적인 권력 조직의 최대 이윤을 목적으로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목적으로 가지고 운영한 끝에 그 대가로 국민의 최대 지지를 얻어내겠다는 주의다. 역시 입지면에서나 철학면에서나 능력면에서나 여기에 맞춰져있다. 
박근혜와 안철수가 정반대가 되는 지점은 여기다.

권력 카르텔 구조는 안철수의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이미 의회는 기존 권력 구조 하의 의원들로 채워져 있다. 300석중 새누리당 148석, 민주당 128석. 특히나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지휘를 업고 달성한 의원수이니 충성도도 높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계파에 그에 상응하는 임명직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의원들은 단결하여 반대할 것이다. 
안철수에게 있어선 새누리당 의원이라고 적이 아니고 민주당 의원이라고 아군이 아니다. 

정당과 계파가 국민 눈치를 안보는 권력 카르텔이 되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면 이게 안철수에 투표할 이유가 된다.
설령 당선이 안되는 한이 있어도 안철수에게 가는 표의 수 만큼 정당은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되고 권력 카르텔은 약화된다. 
안철수가 당선이 되는 날에는, 안철수의 현실 정치 키워드는 '화해'에 있다. 
'진보 보수를 나눌게 아니라 양측이 모두 협력을 해 주어야 올바른 정책 실행이 가능하다'라고 말하는 안철수의 화해는 자기 정책을 중심에 놓고 양측 모두와 협상하겠다는 의미다. 

권력 카르텔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인재는 세상에 많지만 국회의원은 300명밖에 없다. 이들과의 협력은 현실정치의 핵심이다. 이미 국회의원이 되어 계파에 공을 세운, 그래서 대우를 약속 받은 의원들이 자기 계파를 등지고 갈아타려면 상응하는 미래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무리한 일이다. 갈아태울게 아니라 하면 계파 리더와의 협상을 해야 한다. 결국 박근혜 지휘 아래 당선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회의 반인 이상 박근혜는 어떤 경우에도 주연이다. 단지 단독 주연이냐 공동 주연이냐가 차이일 뿐이다. (추정을 보태자면 안철수가 화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상극은 재벌 정몽준이지 박근혜가 아닐 듯 하다.)
물론, 이 모든 사실은 안철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권력 카르텔을 통째로 깨부수려 했다가 자기가 깨진 노무현의 선례를 모두가 알고 있듯이. 

화해의 구체적인 디테일은 안철수 본인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경우엔 '목숨걸고 고민한다'는 표현이 과장만도 아닐거다.
안철수가 박근혜와 화해를 생각하고 있다는 게 내 추측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안철수의 생각 150p를 인용하겠다.
'정치적 대타협, 즉 타협을 통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 ... 그동안 정권을 잡은 편의 사람들만 기용하다보니 ... 부적합한 인물들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져 많은 문제가 생겼다.'

안철수의 정책 방향성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권력이 너무 국민 눈치를 안보는 권력 카르텔이 되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면
그게 안철수에게 투표해야하는 이유다.

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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