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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단상

잡담 2013. 7. 9. 13:23
식품 연구도 연구비 지원 받아야 하는 거고 지원은 필요에 의해 주어질 거다.
한식의 우수성은 지원 받기 쉬워서 돈이 되는 연구일테지만
반대로 한식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연구비 대줄 사람이 없을것이다.
그 결과 한식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한식은 한국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아니기 때문에
외국에서 딱히 그 위험성을 연구할 동기도 없다.
한국에서 연구 안하면 그걸로 끝,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드러난 사실을 놓고 생각해보자.
한국의 위암 발병률은 세계 1위다.
그리고 맵고 짠 음식은 위암에 해롭다.
그냥 생각해봐도 한식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일 수 있다.
가령 김치는 고춧가루와 소금에 절인 음식이다. 위험한 면이 있기 십상이다.
그 음식이 식문화에 자리잡도록 한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도 유효할까?
겨울철에도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은 사철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이제와서는 별 의미가 없고
발효식품의 이점을 취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발효식품도 많다.
장점은 무효하고 김치에 위암 발병을 촉진하는 위험성이 있다면 이 시대에 김치는 먹을만한 음식이 아닐 수 있다.
위암만 관계 있으란 법도 없다.
여타 암, 고혈압과 심장병, 치매 질환과의 상관관계도 연구된 바 없으니 무관하다고 말 못한다.

햄버거나 피자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다.
서구 특유의 초고도 비만을 예방하고자 자국민이 많이 먹는 음식의 해로움을 연구한 결과다.
그런데 어떤 음식이 비만을 유발하여 해롭다는 것도 상대적인 거다.
비만에만 문제인 음식이면 비만 위험 없는 사람이 먹는 건 해롭지 않다.
중금속 누적되듯 패스트푸드가 절대적으로 해로운 게 아니라서
패스트푸드 대신 먹는 음식이 이로운 음식이 아니라면
결과에 따라선 패스트푸드가 해롭다는 말조차 허구가 된다.
비만률 낮고 위암률 높은 나라에서 '피자 몸에 안좋으니 집에서 밥먹자'는 말은 사실과 반대일 가능성이 있다.

어떤 사람이 건강을 위해 라면, 햄버거, 피자를 피해서 집에서 김치찌개에 닭도리탕을 먹었다.
이런 식단 선택은 매일 반복되고 장기적으로 보면 큰 노고와 비용을 지불하는 선택이다.
그런데 어쩌면 집에서 먹은 음식이 패스트푸드보다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건 심한 아이러니다.
결국 지금 확실한 것만 얘기하면, 집에서 먹는 한식은 패스트푸드보다 몸에 좋은게 아니라 좋은지 어떤지 모르는 것 뿐이다.
이는 한식이 어느 정도 해로운지를 아예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의심스러운 정황도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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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박근혜 당선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느낀다.
아버지 박통은 지지율 100% 무시해도 정권 탈취할 수 있는 총칼의 방법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공주님 박통은 지지율 수% 정도 역행하여 대권 쥘 수 있는 인터넷 여론 조작의 방법으로 권력을 잡았다.
각각의 박통이 민주주의 눈치 보는 정도를 비교해 보면 장족의 발전을 느낄 수 있다.

쿠데타는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탈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국정원 대선 개입을 쿠데타로 인식한다.
지난 대선은 최후까지 박빙이었고 승패를 가른 지지율 차이도 미미했다.
국가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여론 조작의 효과는 승패의 향방을 바꿨을 수도 있다.
또한 국정원을 수족으로 부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가 민주주의의 대전제를 치고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오로지 인터넷 여론 조작만 하고 다른 수족은 쉬게 두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왼손이 범행을 걸렸으면 오른손과 양발은 뭘하고 있었을지 의심해야 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쿠데타라는 생각에 반론 될 근거가 있을까?
반대 입장이 어떤 감정 반응을 보일지는 너무나 선명하게 연상되는데 어떤 근거로 그런 감정을 일으킬지는 잘 모르겠다.
완벽한 민주주의 이상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대선에 국가 정보 조직이 개입하여 여론을 조작하더라도 상관없이 일편단심 내 사랑이라고 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본래는 발칵 뒤집혀야 마땅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평온하다.
다들 한세대 사이에 이루어진 민주주의 발전에 가슴이 따듯해진 모양이다.

예전엔 군대가 막 밀고 오고 그랬어. 인터넷에 글 올리고 그런건 솔직히 큰일로 느껴지지 않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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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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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의 균형

잡담 2013. 7. 1. 09:35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할때엔 편중된 결벽증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것이 옳고 저건 틀리다는 류의 논쟁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논쟁이 과열되면 예송논쟁처럼 쓸데없는 탁상공론이 된다.
논쟁에 빠져서 전체적인 시각을 잃고 편중된 사안 하나에 대해서만 결벽적인 시각을 갖게 되면 조금 더 옳은 것을 해 보겠다고 백날 논쟁하였으나 결국 남는 자신은 그만큼 대단히 선한 사람이 되지도 못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이건 언행일치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지적이 아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만 너무 높은 도덕 기준에 매달리면 마치 결벽강박증 환자가 손톱 밑에 때 끼는게 더럽다는 사실에만 집착한 나머지 죽어라 손톱 소제만 하는 것과 같아진다는 말이다. 청결은 중요하지만 손톱 소제에 집착한다고 그가 청결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깔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중요한 건 편중된 결벽증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춘 청결이다. 가치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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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나 닮았다. 난 아이 낳고 대체 왜 출생의 비밀이란 게 드라마 소재가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딱 보면 쟤가 쟤 딸인데 그걸 어떻게 몰라.
큰 딸이 어릴 때 특히 아빠 닮는다는 속설이 있다.
이걸 진화생물학에 끼워 맞추면 나름 설명이 된다.
'체내에 처음 맞이하는 정자일 경우(체내 항체형성으로 판별할 수 있다) 수컷의 외양을 닮게 낳는 편이 수컷이 자기 새끼를 적극적으로 보살피도록 하는 요인이 되어 새끼의 생존에 유리하므로 자연선택 되었다. 수컷의 조력을 얻어내는 데엔 특히 새끼때 수컷을 닮는 것이 중요하므로 자라면서 암컷의 형질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라고 하면 설명 된다.
그런데 반대로 큰딸이 아빠 닮는게 허구였다고 밝혀지면 그게 진화론 기반 가설에 반례가 되지 않는다. 그냥 아니었네 하고 말 일이다.
그래서 진화론에 기반한 진화심리학이나 진화생물학 볼때마다 이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가설들은 역사적으론 구라였다는 게 자꾸 떠오른다.
아직 대안을 모르겠는 상태에서 그저 그럴듯하다는 걸로 추앙받을 뿐이지 토대가 영 허전하다.
더불어 진화심리학 진화생물학을 추종하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질롯스런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느낌을 부채질한다.
이건 아마도 종교적 설명(특히 기독교 창조론)에 대항하는 최전선에 위치한 가설이기 때문에 종교(특히 기독교)에 대한 증오를 담아 진화론에 몰입해서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 구종교를 가장 증오하는 건 신교 신도인 것처럼 종교의 또다른 버전처럼 동작하는 걸로 보인다.
진화론 기반 설명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 '설'이다. 이 설의 그럴듯함에 매료된 사람들이 설을 진리로 추앙하는 경향이 완연하다.
경쟁할 마땅한 대안을 모른다는 이유로 발밑 허전한 채로 추앙받는 진화설 기반 학문들을 보고 있으면 버전업된 시조 탄생 설화를 보는 것처럼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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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잡담 2013. 5. 22. 10:39
인공지능이 극도로 발전하면 겉보기에는 인간처럼 반응하는 로봇이 가능할거다.

배고프면 울고 졸리면 울고 트름하고 싶으면 울고 응가하면 우는 육아학습교구 아기인형이 그 기초다.

아기가 자라면서 욕구 패러미터가 여러개가 되듯이

아기인형을 계속 발전시키면 입력 히스토리 대비 출력이 겉보기에 인간다운 로봇을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우는 것 뿐이던 동작을 업그레이드 해서 욕구 패러미터를 충족시키는 동작을 하도록 한다거나,

짧은 시간안에 높은 변화를 주는 갑작스런 입력에는 깜짝 놀라는 동작을 보인다거나,

'우스운' 패턴에는 웃는 동작을 보인다거나.


그런데 아기인형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렇게 만들어진 로봇은 의식이 없다.

우리는 타인이 의식이 있는지/의식은 없는 완벽한 자동인형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 자신은 의식이 있다는 걸 느낀다.

로봇과의 가장 큰 차이는 그거다. 외부로 드러나는 반응은 흉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자동인형은 의식이 없다.

내가 완벽한 자동인형이 아니라 의식이 있다는 걸 외부에 증명할 수도 없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내가 자기처럼 의식이 있다는 걸 믿을거다.

뉴런으로 신경회로를 꾸민 게 복잡하긴 하지만 결국 회로다.

인간의 외부 반응은 모두 뉴런이 아닌 전자 회로를 통해서 복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자회로로는 의식을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

외부에서 관찰하기에 아무리 인간다운 로봇이 있어도 그 로봇은 육아 학습 보조도구인 아기인형의 동작을 업그레이드 한 것 뿐이고, 의식의 부분에 있어선 변경이 없으므로, 아기인형 만큼이나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자동인형일 뿐이다.

학습, 자유의지, 의식중에서 학습은 전자회로로 구현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유의지는 언젠가는, 적어도 겉보기엔 전자회로로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의식은 전자회로로 구현할 실마리가 없다.

의식은 언제 생길까? 1살? 젖먹이? 태아? 수정란엔 없던 것이 성인이 되면 생긴다.
의식은 어떻게 생길까? 특정한 회로구조? 신비의 물질?
의식은 어디에 존재할까? 대뇌 전두엽의 특정 회로? 식물은 의식이 없을까?

뇌과학 쪽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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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2병

잡담 2013. 4. 29. 17:31
중2병이라는 말 자체가 일본에서 건너온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젠 일본에선 대2병이 비웃음 거리라고 한다.

이하는 일명 대2병의 특징이다.
-카페 분위기를 좋아한다.
-미술관을 들락거리기를 좋아하지만 미술은 잘 모른다.
-SNS등에서 사회문제등 거대 테마에 대한 주장을 하며 의식있는 사람인 척한다.
-시인이 된다
-하루키 등의 감성적인 문학에 빠진다
-고작 몇살 차이 안나는 고등학생을 두고 젊다는 표현을 쓴다
-수첩을 보며 스케줄 관리를 열심히 한다.

중2병을 비웃는 분위기에 이어 대2병을 비웃는 농담이 유행한다는 걸로 봐서
일본은 미숙한 열정을 비웃는 분위기인가보다.
그런데 이건 그 사회가 열정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불행한 사회라는 의미다.

중2건 대2건 그 사이의 고교시절 사춘기건, 본질은 같다.
숙련되지 않았으나 에너지 넘치는 열정으로 가치를 찾는 시기.
열정은 이리 저리 뻗어나가는 힘이다. 많은 방향으로 뻗치고 그러면서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낸다.
그러다 '내가 찾은 의미는 이거다' 하는 것이 나오면 그때가서 널려놓았던 문어발을 거두어 들이고 그 가치에 몰두한다.
열정이 시에 뻗을 수 있다. 미숙한 시인이 된다.
열정이 문학에 뻗을 수 있다. 미숙한 문인이 된다.
열정이 사회현상에 뻗을 수 있다. 역시 지나고 보면 미숙한 열정으로 남는다.
지나고 보면 이 의미를 찾는 활동은 하나같이 미숙하고 그래서 낯부끄럽다.
그런데 그걸 비웃는 사람은 그 존재 자체가 부끄럽다.
그동안 너는 무엇을 찾았는고?

가치를 찾는 미숙한 열정이 성과를 내는 모습이 보이면
그 사회에선 미숙한 열정이 비웃음 거리가 되지 않는다.
수영을 하는 사람이 있는 사회에서는 수영 못하는 사람이 수영 초보가 아푸아푸 거리는 모습을 비웃지 못하는 것과 같다.
즉 일본에서 미숙한 열정이 비웃음 거리가 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열정이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너는 무엇을 찾았는고?' 라는 질문에 '어차피 아무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잖아. 나는 미숙한 모습이나마 보이지 않았으니 내가 낫지'라고 말한다는 것을 뜻한다.

가치를 찾는 열정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욕망은 순간적인 충동과 장기적인 꿈으로 구분 가능한데,
충동을 달성하여 얻는 행복감은 순간 치솟았다가 단시간 안에 급격히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특징을 보인다.
즉 충동 충족은 인생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그래서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가치를 찾고, 꿈을 꾸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이 활동이 거의 대부분 실패하는 사회가 있다고 한다면 그 사회는 행복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중2병'이니 '대2병'이니 하며 미숙한 열정이 비웃음 거리인 일본은 상당히 불행한 사회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실 여기까지 오면 이미 추정이 아니다.
생존을 보장하는 경제수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행복도는 특이할 정도로 낮은 사회라고, 각종 조사 결과가 말하고 있다.

아장아장 미숙한 걸음걸이를 남기지 않기 위해선 걸음마를 떼지 않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아기의 걸음마를 가장 비웃는 사람이 누구냐면, 4살바기다.
걸음마 뗀 아이에게 뒤뚱거리는 아기 동영상 보여주면 '깔깔깔 걸음마도 못해서 넘어져 바보 ㅎ깔깔깔' 하고 너무 재밌어 한다.
그나마 4살바기가 4살바기의 마음으로 웃은거라면 깜찍한건데
서른 네살바기가 4살바기의 마음으로 비웃는 것이기라도 하는 날엔 끔찍한게 된다.
나잇살 먹고 미숙한 열정을 비웃으면 끔찍한 사람이 된다.
미숙을 비웃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나이까지 많아버리면,
그건 이룬 것 없이 공허하고 불행한 인생을 자백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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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만화에 패러디 된걸 보고 `중2병이지만 사랑이 하고 싶어` 봤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찾아봤더니 같은 회사에서 만든 거였다.
하루히 시리즈가 현실을 거부하는 여자아이에게 온 세상이 휘둘리는 설정이라면 중2사랑은 불면 날아갈까 여리여리하게 약화된 버전의 하루히 이야기다.
화자격인 남자 주인공은 여기나 저기나 느낌이 비슷하다. 양쪽을 다 이해하며 괴짜 여자아이와 현실 사이의 통역이 되어준다. 괴짜 주인공을 이해하기에 너무 나갈때 커트를 해줄 수도 있고, 그러면서도 괴짜스러운 행동을 이해하여 받아줄 수도 있다. 외부세계와 소통단절을 겪기 마련인 괴짜의 입장에서 이상화된 백마탄 왕자님인 셈이다.

`닝겐주제에.`(`인간주제에.`) 인간보다 높은 체하는 중2병스러움을 대표하는 대사다. 동시에 이는 인간 이해의 열쇠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도 외부 환경의 흐름에 떠밀려 수동적으로 살아가곤한다. 인간의 부조리는, 그 와중에서도 완벽하게 유물적이 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인간은 완벽한 속물이 되면 자아가 죽는 것을 느낀다. 외부 입력에 대한 당연한 출력으로 반응하기를 완벽하게 한다면 그 사이에 `나`는 어디에 있는가. 주어지는 감각적 쾌락을 쫓고 타인의 가치관(`수입이 좋은 직업`처럼 좋다고 하니까 좋은거겠지 하는 것)에 몸을 맡겨 자아에 대해 생각하기를 아무리 멈추고자 해도 공허감은 남는다.
거부하기 힘든 외부 환경의 격류속에서 자기는 떠밀려가는 나무조각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으나 어찌 해야할지 방법을 모를때, 그것이 어설픈 중2병이 된다. 미약한 닝겐주제에 자유의지를 증명하고자 하는 첫 시도다.

마지막화에서 `남들은 할 수 없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라는 열정적인 연극부 부장을 보며 서브-히로인은 `우에에- 중이병`을 느낀다. 외부 현실 환경의 격류속을 단지 떠내려 가지만은 않겠다는 태도에서 중이병과 공통점을 느끼는 거다.
히어로는 히로인에게 `시시한 현실에 매몰될 것인가? 나와 함께 현실을 바꿔보지 않겠는가!`라고 외친다. 환경의 거센 흐름 속이지만 떠내려가지만 말고 자유의지로 헤엄쳐나가 보고 싶다는 것이 중이병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성장중의 첫 시도라서 헤엄치는 바른 방법을 모른다는게 중이병을 그렇게나 꼴사납게 만드는 문제지만 말이다.

중이병이 `닝겐 주제에` 환경의 격류에 저항하려한 서툰 연습이라면
종교의 발생 역시 이와 원인을 함께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세계관은 가치관을 만든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가치관에는 뒷받침할 근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왜 옳은지. 그것이 왜 이익인지. 그것이 왜 가치있는지. 뒷받침할 세계관이 없는 가치관은 허무하게 침식되고, 그 뒤에 남는 것은 세속의 속물적 자아와 자기의 속물성조차 감당못해 느끼는 공허감, 곧 자유의지의 절망과 자아의 죽음뿐이다.
종교는 세계관을 형성한다. 이는 현실과의 접점에서 가치관을 낳는다.
사왕진안과 관리국과 불가시경계선의 설정도 고유한 가치관을 내포한다. 교리학자들에 의해 다듬어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종교도 본질은 같다. 중이병 설정에 비견한다고 해도 종교의 존재를 모독하는 발언인건 아니다. 박태환이 하는 것도 맥주병 몸부림도 현실의 흐름에 익사하지 않기 위한 헤엄이긴 헤엄이라는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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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라서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화창한 어떤 날 귀여운 야구소년들이 뛰노는 공원을 가로질러 PC방 놀러갔던 길이 그랬다.
하루 종일을 예상하며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도서관 가던 길이 그랬다.
일찌감치 밥 먹은 어느 저녁
라떼 마시고 싶다는 마누라 청을 들어주러 집 앞 빵집에 커피와 빵 사러 가던 길이며,
(마누라가 이걸 보면 "어이구 마누라 심부름 가는 게 그렇게 행복했어요? 앞으로 종종 시켜줄께~"라고 할까봐 말 안한다.)
아가 목욕시킨 욕실을 청소하고 문을 열었는데
환한 주말 이른 오후이고 이런 저런 잡일들을 모두 마쳤으며
아기는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가 그랬다.
마음에 드는 시간이 일상일 때
그 시간은 내가 원한 인생이 된다.
그래 나는 이런 생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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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들수록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든댄다.
내가 보기엔 이게 유형가치를 상쇄시킬 무형가치의 보유량이 떨어질수록 유형가치의 비중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젊음이 보유한 가능성이라는 무형가치는 나이가 들수록 소실되는데
이 가능성을 실현된 가치로 환전하는 데에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다.
실현된 유형 가치는 돈 지위 권력이고, 실현된 무형 가치라 함은 가족, 사랑, 인격, 현명함, 생의 진리, 그렇게 만들어 낸 인생.

젊어서는 공짜로 보유하고 있었던 가능성이라는 무형가치를 무형으로도 유형으로도 가치 실현하지 못하고 소실한 사람은 '젊어서는 몰랐는데 나이드니 역시 돈이 좋긴 좋다'.
가능성을 유형가치로만 실현한 사람은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돈이 다 뭔지'.
가능성을 무형가치로 실현한 사람은? 글쎄. 어떨까.
유형가치로 밥 굶지 않더라도 불행한 게 인간이라면 무형가치도 적어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을 거란 정도는 분명하지 않을까.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이 순간 내가 소모하는 가능성의 얼마만큼을 실현하고 있는가.
나는 나날이 가난해지고 있는가
나날이 부유해지고 있는가.

아예 남겨먹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려면 20대가 그립지 않을 정도는 되야 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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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면 자주 안만나던 사람들을 특별히 만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근황을 주고 받는다.

근황을 주고 받는다는게
누군가의 생활이 누군가에겐 부러움이 되는 거라서 자칫하면 자랑 주고받기가 된다.
특히 남들보다 잘나가는 것을 과시하는 데에서 기쁨을 찾는 타입의 사람이 섞여들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비교우위의 기쁨거리로 소비된 사람이거나
스스로 비교열등감에 자학하는 사람은 타인의 약점을 찾아서 만회하려고 한다.
그게 걱정질이다.

누구는 이런게 걱정, 누구는 저런게 걱정. 말이 걱정이고 사실은 약점찾기.
여기에 시달린 사람들은 생각한다.
"친척들 평소 자주 만나는 사람도 아닌데 꼭 만나야 해?"
"내 약점이라고 걱정질하는 그거 약점 아니라고. 난 결혼안해도 행복하고 딩크여도 행복하다"
"내 취직문제, 내 이혼문제 도와주지도 않을거면서 왜 물어보고 그러냐? 오지랖 떨지마라"

하지만 이런 불만들이 해법을 주지는 않는다.
평소 자주 보는 사람만 만나고 근황 주고 받을 사이의 사람은 다 끊어버리겠다고 하면
자기 과거 다 끊는 사람, 친하다가도 조금만 멀어지면 관계 완전 끊어버리는 매정한 사람이 된다.
(걱정질은 명절 친척의 특징이 아니라 근황 교환하는 정도의 사이 사람들간의 특징이라서 친척만 끊어버리면 된다고 할 게 아니다. 어르신들 동창회 하면 자랑거리 없으면 입을 못 연다.)
남이야 어찌 살든 '오지랖 떨지 말고' 근황 물어보지 않으면 해결된다. 그런데 근황 안 물어보면 만나서 신나게 떠들고 헤어졌는데도 이 친구가 요즘 직업이 뭔지를 모르는 상황이 생긴다. 만난 장소의 숙연한 분위기상 근황을 안 물어본 적이 있는데 만나고 헤어졌는데 근황 모르면 이것도 되게 어색하다.
근황만 물어보고 더 안캐물으면 되지 않느냐고?
근황에 대해 입 떼는 순간 자랑할 사람은 다 자랑하고
"아...'"하는 반응 한 오라기만 봐도 기분 나쁜 사람은 다 기분 나쁘다.

요는 비교우위에서 기쁨을 찾는 부류의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다.
열등감에서 비롯된 자학이나 남 약점찾기도 비교우위의 기쁨에 익숙한 사람이 품은 그림자다.
'내가 더 잘났다'는 맛이 인생의 낙인 사람들이 낙이 없으니 억지로라도 찾는 셈.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먼저 자기가 그런 사람이 아닌지 돌아보는 거다.

'나는 남들 다 자랑질 하고 있을때 혼자 잠자코 있어도 움추러들지 않을 사람인가.'
내가 당하면 악한거고 내가 기분 좋은 건 좋은거라고 하는 건 되게 인간적인 실수이지만
상황 좋을 때 자존심 세우는 맛에 살던 사람이 상황 안 좋으면 역으로 당하는 것도 필연적인 결과다.
나는 내 행복을 비교 우위에서 찾으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자랑거리가 있는 사람이 나를 자랑하고 높여서 비교우위의 즐거움을 챙기면
자랑거리가 없는 사람은 남의 약점을 파내고 깎아내려서 비교우위의 즐거움을 챙긴다.
누구나 약점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 약점을 끌어안고도 살만한 삶인가 괴로운 삶인가가 있을 뿐
누구도 약점없이 완전한 비교우위 위에 살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약점 찾기를 하고 나면 불행한 사람들만 남는다.
느껴봤을 거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에도 '걱정'하면서 내 약점을 찾는 대화로 번지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칭찬하되 부러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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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크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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